인간의 의·식·주 다음으로 중요한 활동 한 개를 꼽으라면 잠이 아닐까. 하루 서너 시간 자는 것으로 유명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수면은 '어리석은 일' '나쁜 습관'이라고 말하며 직원들도 못 자게 들볶았다. 하지만 정작 에디슨 자신은 수시로 간이침대에서 낮잠을 청하며 적게 잤던 밤잠을 보충했다.

나폴레옹은 '멍청한 사람은 8시간을 잔다'고 말하면서 많이 자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지만 부족한 잠을 역시 낮잠으로 채웠다. 전장을 누비는 말 위에서도 깊은 잠에 빠질만큼 쪽잠의 달인이었다.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모자라는 잠은 하원에 침대를 갖다 놓고 즐겼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이끈 것은 낮잠의 힘이라고 믿었다.

처칠은 아침행사에 밥 먹듯 잦은 지각으로 핀잔을 받자 '당신도 나처럼 미인 아내와 살게 되면 늦잠을 자지 않을 수 없을 거요'라고 화답해 은연중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확인시켜 줬다.

적정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피로가 쌓여 집중력이 떨어지고 노동현장에서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사고, 소련의 체로노빌 원전사고, 우주선 챌린저호 폭발, 유조선 엑손발데즈호 기름 유출(1989) 등은 모두 수면부족으로 인한 담당자 실수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경제학(sleeponomics)은 숙면을 통해 경제적 효율을 극대화 시킨다는 수면과 경제학의 합성어로 한때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세부주제로 채택하기도 했다.

밤에 수면이 충분하지 못하면 비록 낮에 깨어 있어도 그만큼 업무나 학습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분한 숙면이 건강은 물론 운동선수의 경기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상당수 국내·외 기업들은 낮잠이 기업의 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낮잠을 권장 한다.

최근 시애틀 중·고교 등교시간을 55분 늦추었더니 수면이 34분 늘고 성적은 4.5점 올랐다는 연구도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교육청을 시작으로 초·중·고 9시 등교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교의 '잠자는 교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요즘 '떠드는 교실'로 까지 진화해 일선 교사들은 오히려 종전의 '잠자는 교실'이 그리울 지경이라고 한다.

독일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간 한국의 어느 중학생은 "이곳 독일 너무 이상해.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이 한명도 없어"하고 놀랐다. 반면 한국학교로 교환학생 온 독일교민의 한 고교생은 "엄마, 한국 학교 수업시간에 몰래 잠자는 거 참 재밌어요"라고 했다. 이것이 부끄러운 우리 중·고교 공교육 현장이다. 아직까지 대학에서 '잠자는 강의실'이 크게 문제시 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비싼 등록금의 기회비용과 힘든 취업난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대학마저 '잠자는 강의실'로 변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의 대참사는 명약관화하다.

아무튼 수면경제학이 우리의 '잠자는 교실'을 깨우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잠자는 교실'의 원인이 반드시 수면 부족만은 아니다. 수업 내용을 학원에서 미리 배웠거나 아니면 진도를 못 따라가 흥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 교육 당국에서도 '잠자는 교실'을 깨우기 위해 혁신학교, 학생주도형 수업, 고교 학점제 구상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는 있다.

아무쪼록 우리 청소년들이 '잠에 지면 꿈을 꾸지만, 잠을 이기면 꿈을 이룬다'는 평범한 진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슴깊이 새겨둘 또 하나의 명언이 있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되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라고.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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