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진영농협 김종구 조합장이 집무실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직원에서 상무까지 거친 전문가
금권 선거 대신 진심에 호소
"선거 과정 깊어진 갈등 봉합 최우선"

진영농협의 조합장실에서 직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굳은 각오를 다지는 듯 직원들의 얼굴엔 비장함이 보였다. 그 뒤에는 이번 재선거에서 당선된 김종구(63) 조합장의 모습이 보였다.

김 조합장은 지난 22일 치러진 진영농업협동조합장 재선거에서 조합원 선거인 1천957명 중 1천557명이 투표에 참여해 그 중 498표를 얻어 진영농협 14대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진영농협의 조합장으로 당선된 지 이틀 째. 이날 하루만 서울 출장을 포함해 이사회와 행사 참석 등 스케줄이 빡빡했다. 처음 김 조합장에게 당선을 축하하며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김 조합장은 사양했다. 바쁘기도 바쁘지만 요란하게 당선 소식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우리 집안이 150년째 진영에서 살고 있습니다." 진영에서 태어나 진영에서 자란 김 조합장은 완벽한 진영 토박이다. 농협 직원을 거쳐 상무까지 역임한 그는 진영과 농협에 애정이 많았다.

김 조합장은 3전4기의 도전 끝에 조합장에 당선됐다. 선거에서 3번이나 무릎 꿇어야 했던 과거에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결과다. 이렇게 도전했던 이유는 진영농협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농협 본연의 역할과 모습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를 안타깝게 생각하신 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선된 게 아닐까요." 김 조합장은 선거유세 당시 조합원들에게 "진영농협은 자식같이 사랑하는 곳"이라며 "뼈를 묻을 각오로 조합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한 15년 전부터인가요, 조합장 선거가 돈이 없으면 안 되는 선거로 변질됐습니다." 김 조합장이 기억을 더듬었다. 이전 조합장이 임기도 마치기 전에 선거법 위반으로 조합장직을 상실하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더 이상 이어나가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김 조합장의 생각이었다.

돈으로 얼룩진 조합장 선거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던 김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호소했다. 이에 조합원들 역시 타락한 선거문화를 없애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김 조합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깊어진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다. 작년 선거의 후유증으로 인한 조합원 간의 불신과 갈등 때문에 단합된 조직을 꾸려나가기가 힘들어졌기 때문. 김 조합장은 내부 갈등을 없애고 화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조합과 농업을 위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농협의 설립 목적에 맞게끔 원래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정치색을 없앤 순수한 농협으로서 정도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김 조합장은 현재 농업인들의 상황을 빗대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해는 물론 전국적으로 농토가 없어지며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농협의 역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농협을 보다 알차게 운영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인터뷰를 듣고 있던 한 직원의 말에 김 조합장은 껄껄 웃어보였다. 굳게 다문 그의 입술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진영농협의 미래가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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