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전 6기’에 성공한 배종도 김해시 한림면 이장 단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나리 기자


2006년부터 다섯 차례 시의원 낙마
정치 꿈 접었지만 지역봉사 여전
접전 끝에 2표차 한림면 단장 선출



"5전 6기.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도 많았지만 결국은 승리했습니다. 힘들게 온 자리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김해시 한림면 이장단장 선거에서 배종도(67) 낙산마을 이장이 23대 21(무효 3표)로 최종 선출됐다. 배 이장 단장은 47개 마을 이장을 대표하게 됐다.
 
과거에 비해 인기가 없어진 이장 선거지만 배 단장에겐 이번 선거가 누구보다 뜻깊었다. 그간 배 단장은 '낙마의 아이콘'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 처음으로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2만 표 중 36표 차이로 낙마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10년, 2014년, 2016년 보선, 지난해 선거까지 총 다섯 차례 고배를 마셨다.
 
배 단장에 의하면, 선거 패배의 원인은 진영읍과 한림면이 한 선거구가 되면서 인구가 많은 진영에서 시의원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 공천에서 '나번', '1-다번' 등 낮은 번호를 배정받으면서 낙마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또 떨어질 거면서 왜 나가냐'는 핀잔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족들도 이제는 그만두라고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떨어질 것이라는 악담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선거 결과만 보고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는 평가였습니다."
 
그렇다고 배 단장이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1980년대 28살이라는 나이로 김해 최연소이자 최초의 총각 이장으로 낙산마을 이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에는 이장 선거가 굉장히 치열했어요. 동네 궂은일을 도맡다 보니 어르신들의 추천으로 얼떨결에 이장이 됐죠. 당시 마을 앞 비포장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마을 곳곳을 누볐어요"라고 회상했다.
 
이후 2개로 나누어져있던 한림면 봉사단체를 합해 한림면 청년회를 만드는 데 힘썼으며, 청년회 2, 3대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1990년대 청년회를 이끌며 한림면에서 최초로 경로잔치와 체육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후 보수정당에서 한림면 협의회장을 맡으며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닦았다고 한다.
 
갖은 노력에도 선거에서 실패를 맛본 배 단장은 지난해 낙선 이후 '이제 모든 선거를 하지 않겠다'며 정치에 손을 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점점 쇠퇴해가는 지역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은 여전했다. 이 때문에 2014년부터 6년째 맡아온 낙산마을 이장직도 연임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이장을 맡아오자, 주위에서는 이장단장을 하는 게 어떠냐는 추대가 이어졌다. 그는 이를 받아들여 이장단장을 지원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전 이장단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또 선거를 치르게 됐다.
 
"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습니다. '일생에 선거 운이 없어서 무조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러나 배 단장은 지난 '불운'을 딛고 2표 차로 이장단장에 선출됐다. 누군가는 그를 보며 '자리 욕', '명예욕'이 많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고 자란 지역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배 단장의 의지는 분명하다.
 
"시의원에는 실패했지만 이장단장으로 한림면 주민들을 대표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평생 한림면에 살면서 지역에 사람이 떠나고 축사·쓰레기매립장·음폐수처리장 등 각종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주민과 김해시 사이의 연결다리 역할을 잘해서 살기 좋은 한림면이 되도록 이장단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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