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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시론
  • 수정 2019.02.13 09:51
  • 게재 2019.02.13 09:50
  • 호수 409
  • 19면
  • 신순재 김해성폭력상담소장(report@gimhaenews.co.kr)
▲ 신순재 김해성폭력상담소장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의 #미투는 선수·지도자를 관리 감독하는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만큼이나 그에 대한 불신도 짙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판 나사르' 사태 되는가, 에 우려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8년 1월, 미국의 래리 나사르 사건의 판결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주일 동안 156명이나 되는 피해자의 증언을 다 들었다. 단순한 증언이었을까? 참아왔던 아픔을 쏟아내고, 억압된 감정이 터지고, 분노가 폭발하는가 하면, 억눌렸던 고통은 가해자에게 증오의 화살을 날렸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연대의 힘과 용기를 드러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판사는 30년간 미국의 체조선수 156명을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래리 나사르 팀 닥터에 최장 175년 형을 선고했다. 대학교와 국가대표 주치의라는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반복되어 온 범죄는 '국가대표 주치의'라는 명성에 가려진 채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것이다.

나사르 사건의 최초 고발자인 레이첼의 고발은 혼자서 시작했지만 그의 용기는 결국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결집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이 사건의 판사는 선고에 앞서 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은 더 이상 '희생자(victims)'가 아닌 '생존자(survivors)'"라고 언급했다. 용기를 내어 증언해 준 것에 감사를 전하고, 첫 고발자가 목소리를 낸 것처럼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는데 용기를 주며, 이는 신고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는 생존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최근에 드러난 #체육계 미투의 피해자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한 팬에게 받은 편지였다고 한다. 이렇게 용기를 내서 드러냄으로써 어딘가에 숨어 있을 다른 피해자들도 더 용기 내서 앞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시작이었다. 침묵하던 다른 선수들이 침묵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 만큼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공감과 연대를 통해 얻는 감동의 의미는 한정적이지 않다. 용기 내어 드러낸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의 힘을 나눌 준비 또한 되어있는가?

래리 나사르 사건의 판사는 래리 나사르 팀 닥터에게 "다시는 감옥 밖으로 걸어서 나갈 자격이 없다"며 175년을 선고했다. 다른 건에서 125년 형을 더하고, 이미 받은 60년까지 모두 360년의 실형이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영구제명 처분을 받고도 구제받아 다시 돌아오거나 국내 자격 정지된 지도자가 해외 코치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사례를 보면 정책이나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반복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체육 분야의 성폭력과 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범부처 대책을 담은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안’ 합동 발표에 이어 그간의 체육계 성폭력 및 폭력발생 상황을 전수 조사하여 정책 및 제도개선에 활용할 것이라 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강화,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관련 법령 개정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한다.

2018년 1월에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던 '미투(# Me Too)’ 운동은 타인의 인권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운동이다. 또한 이를 위한 연대와 성차별적 사회구조 변형에 대한 공감이다. #미투의 열기는 여전하다. #스쿨 미투를 뜨겁게 달구더니 이어서 체육계로 번져가며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의 각 영역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미투 운동은 뿌리 깊은 성차별의 결과였다. 우리 사회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어느 누구도 무시되거나 성적 대상이 되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차별과 폭력을 넘어 평등과 평화의 세상을 향해가는 길에 더 이상 방관자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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