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를 걸으며

김경희

산 빛 깨뜨리고
꽃불놀이 시작되는
봉황대의 꽃밤
황세와 여의
결별의 입맞춤에
칠흑 같은 밤하늘이
눈물로 수를 놓아
서럽게 핀다는
봉황대 봄꽃에
여기 한 여인
속살까지
꽃물 박힌 추억에
몸살 앓아
수릉원 돌담길 서성대니
야속한 꽃은
해거리도 하지 않고
어김없이 피고 지고
홀로 키운 그리움이
향기 없이 피어난다.


<작가노트>

금관가야를 거닐며 사색하다…

금관가야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문화의 거리를 걸으면 사색에 잠긴다.

봉황대의 밤길은 애틋하면서 장엄하다.

황세바위를 지날 때마다 전설 같은 스토리에 잠시 발길을 멈추게 된다. 새소리 바람소리마저도 가늘고 더디게 다가서는 듯 잠잠하다.

특히 꽃이 절정을 이루는 봄날, 꽃잎은 계절이 다하지 못하고도 야속하게 떨어지는 풍광은 사랑을 다 하지 못한 여의 낭자의 서러운 눈물 같다.
 

▲ 김경희 시인

·김해 출신
·가야문화예술진흥회장, 김해수필협회장,
 김해예총부회장, 김해문인협회 부회장
·저서 수필집 '방을 꾸미는 여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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