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척마을의 명소 장척계곡. 여름 피서철에는 김해시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2만 명에 가까운 피서객들이 이 곳을 찾는다.

김해 상동면 묵방리에 위치한 장척(長尺)마을. 이름 그대로 골짜기가 길고도 깊은 마을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에 마을이 이루어진 것은 대략 400년 전. 바닷물이 밀려와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던 평야를 떠나 산세 좋은 깊은 골짜기에 마을을 형성한 것은 먹고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마을을 이룬 주민들은 밭과 논을 일구어 곡식을 수확하고 주변의 자연들을 이용해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상동면이라 적힌 표지판을 따라 공장이 들어서 있는 길을 지나면 상동 롯데야구장이 왼쪽 편에 보인다. 거기서 굽이굽이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다 보면 70여가구, 2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장척마을이 보인다. 장척마을에 도착하면 안이 훤하게 비치는 맑은 물이 흐르는 장척계곡이 제일 먼저 반겨준다.
 
▲ 장척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중 하나인 돛대산 /장말열 이장이 마을의 당산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이 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산돼지가 시내로 내려오는 모양의 명당이 있어 자손이 번창하고 투향할 자리라고 한다. 대체로 연령대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편이지만 여느 오래된 마을처럼 60대 이상의 노인 가정이 대부분이다.
 
마을에서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면 백두대간의 마지막 줄기라는 백두산과 돛대처럼 우뚝 솟아있는 돛대산(도봉산), 그리고 신어산과 장척산이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 많은 산들이 불과 50~60년 전에는 민둥산이었다는 사실이다. 땔감으로 불을 지펴 생활하던 시절, 장척마을 주변의 산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나무를 베어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산은 나무가 없는 헐벗은 산으로 변했다. 그러나 연탄이 보급되면서 나무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산은 점차 제 모습을 갖춰갔다고.
 
▲ 장복수(65) 씨가 마을의 내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마을에 대해 설명을 해주던 장복수(65) 씨는 장척마을 주변 산 곳곳에 숯을 구운 흔적들이 많다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 땔감용으로 나무를 하기도 했지만 숯을 구워 다른 식량들과 물물교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장 씨는 대규모로 숯을 구운 흔적은 없으나 나무를 베고 난 뒤 그 자리에 구덩이를 파고 숯을 구운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장척마을의 주민들은 절터골 주변에서 나오는 도자기 파편들을 보며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도자기를 구웠을거라 추측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 도자기 파편들을 살펴보러 왔지만 정확하게 연대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절터골은 옛날 절이 있었던 터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절에 빈대가 있으면 망한다는 옛말처럼 지금은 사라진 절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절터골에서 대동면 주중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생명고개는 산적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행인들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한국전쟁을 치를 때도 치열했던 곳이라고 하니 그 이름이 더욱 와 닿는다.
 
장척마을에서는 현재 벼농사를 짓는 곳이 거의 없고 대부분 밭작물로 전환했다. 졸참나무를 이용해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으며 산딸기를 주 농작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2만여 평에 분포하고 있는 아름다운 편백나무 숲과 마을의 길을 연결한 둘레길 조성 및 잘 가꾸어진 산림을 이용한 수목원을 만들 계획이다. 장척마을 주변의 산에는 때죽나무, 소나무 등 자생수종과 고로쇠, 생강나무 등의 향토수종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 편백나무가 빼곡히 자라 장관을 이루고 있는 편백나무 숲.

장척마을은 이미 장척계곡이라는 명소가 있어 매년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좋은 자연조건 덕분에 전원주택과 전통찻집 등이 들어서고 있다.
 
장척마을 장말열(48) 이장은 "어떻게 해야 지역이 발전할까 고민하고 있다"며 "장척마을을 먹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400년을 이어온 마을은 이제 곳곳에 지나온 역사를 품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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