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책의 수도' 김해의 자랑거리인 작은도서관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김해시는 지난 12일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김해시 작은도서관 정책방향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책 읽는 도시' 조성 후 10여 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작은도서관 설립 목적을 상기하고 운영의 애로사항, 이용자의 요구, 행정의 역할 등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김해지역 작은도서관 관장과 사서, 시민, 시의원, 시민단체, 담당 공무원 등 80여 명은 작은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 난 12일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김해시 작은도서관 정책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김해지역 작은도서관 관장과 사서, 시민, 시의원, 시민단체, 담당 공무원 등 80여 명이 작은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배미진 기자



시 지원금 받지만 운영비 부족
무급 봉사직 관장·운영위원 기피
행정 지원 늘리고 소통 확대해야

이용자, 질 높은 프로그램 원해
사서 직급 전문성 등 요구
행정 예산 한정, 업무도 과중

홍보방안, 조례 정비 등 과제 남아
시 “2차 토론회서 합의점 도출”




■운영자 "이용객 인식 개선 필요"
김해시에 따르면 김해지역의 작은도서관 수는 57개소로 시 지원금을 받는 도서관은 38개소다. 사서를 제외한 관장과 운영위원은 무보수 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토론 결과 작은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는 실무자들은 운영비 조달과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관장과 사서들은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이 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어 자생이 어렵고 지원금 80% 이상이 사서 임금으로 지출되기 때문에 책 구입비, 사무기기 수리비, 냉·난방비 등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작은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오해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임금을 받는 사서뿐만 아니라 관장과 운영위원도 인건비를 지원 받는다는 오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관장은 무보수 봉사직이라 각자 다른 생업이 있어 도서관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무급으로 경영과 운영을 함께 책임져야하는 관장과 운영위원을 흔쾌히 수락하는 사람이 없어 업무 피로도도 높은 상황이다.
 
이들은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이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 봉사자들을 수평관계로 대해줄 것을 바랐다.
 
김해시 작은도서관협의회 정연화 회장은 "이용자들은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차이점을 잘 모르다보니 공공도서관의 서비스와 혜택을 작은도서관에 바랄 때가 많다. 김해시보나 SNS에 작은도서관의 운영현황을 알리고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은 김해시에 운영지원금 향상, 소통 창구 확대, 정책 기획 시 목소리 반영, 발로 뛰는 행정 등을 요구했다.
 
하늘빛작은도서관 김근형 관장은 "작은도서관은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책이 돼 이야기를 만드는 가치있는 장소다. 도서관에서 이용자간 친밀한 스킨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작은도서관 복지에 대해서 효율성을 따지지 말고 전폭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 김해시 정책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작은도서관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 작은도서관 이용객은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원했다. 사진은 소리작은도서관에서 열린 문학특강 장면.

 
■시민·시민단체 "운영시간 늘려 달라"
작은도서관 이용자들은 탄력적인 운영시간과 다양한 도서·프로그램 등을 원했다. 아파트단지 내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이 많은 만큼 돌봄 공간의 기능을 바라는 이용자와 직장인들을 위해 밤 시간 개방을 원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한 시민은 "작은도서관은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시립도서관과 다르게 지역 주민과 밀착해 소통해야 한다. 이용자들이 관심은 있지만 몰라서 재능기부를 못하는 경우도 많아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대부분은 실무자와의 소통을 원했다. '몰라서 못가는' 작은도서관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소식지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운영비)비지원도서관과 지원도서관의 소통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외에도 작은도서관 사서에게 직급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했고 프로그램의 양보다 질을 기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작은도서관이 동네 사랑방으로서 공동체 활성화의 거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 공간이 시민의식을 고양시키는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도서관 운영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해학부모네트워크 김경미 회장은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많은 이용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마을주민들이 협업해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행정과 시민, 운영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의원·공무원 "조력자로 인식되길"
작은도서관 정책 담당 공무원과 공공도서관 사서, 시의원들은 자신의 역할을 '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소통창구'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데 있어 작은도서관 운영자와 시민들에게 "동네북이 아닌 조력자로 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공공도서관 사서는 "담당자 한 사람이 50여 개 작은도서관을 관리하는 만큼 업무 과중도도 높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지원을 바라는 곳은 많아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이날 나온 의견들은 향후 진행될 2차 토론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정리됐다. 참가자들은 다음 논의 주제로 '여러 주체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필요성', '작은도서관이 없는 김해시의 미래(존재가치)', '김해시의 작은도서관 홍보 방안', '관련 조례 검토 및 정비·수정',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제시했다.
 
시 도서관지원팀 배경미 팀장은 "토론회 결과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받았다. 상반기에 다시 토론회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도서관 운영자와 행정, 시민들과의 소통 과정을 거쳐 합의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화 회장은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한 토론은 이색적이었지만 작은도서관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은 어려웠다. 향후 열릴 토론회에서는 도서관 관계자들과 관심있는 시민들이 모여 심도있는 의견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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