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70곳·카페 등 37곳 소개
다양한 메뉴로 독자 입맛 자극



이 책은 일본 오사카 사람들의 술과 음식에 관한 얘기다. 애주가이자 요리사이며 기자 출신인 박찬일이 발과 혀와 가슴으로 찾아낸 술집과 밥집 107곳이 소개된다. 비록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자신이 사는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국의 도시도 아닌 남의 나라 도시에서 100곳이 넘는 맛집을 발굴했다니 탄성이 절로 나올 만하다.

책에 등장하는 장소는 술집 70곳, 밥집과 카페, 빵집 37곳이다. 저자는 지난 10년 간 꾸준히 오사카를 오갔다. 계절을 수차례 바꿔가며 오사카에서 한 일은 술과 밥집 순례였다. 하루 7~8집을 도는 강행군이었다. 다음 술집으로 가면서 술이 깼고, 다시 취기가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줄잡아 700~800곳이 되는 곳에서 107곳을 고르고 골랐다니 신뢰감이 저절로 얹힌다.

그 기준이 비싸고 잘 나가는 집이 아니어서 좋다. 사라져 가는 술꾼들을 찾은 심정으로, 배고픈 나그네의 심정으로 술집을 고르고 평가했다. 어떤 위스키 바는 세 차례나 가고도 책에 싣지 않았다. 주인이 맨손으로 슬쩍 얼음을 집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한 권의 책과 함께 한다면 외국의 뒷골목이라도 서럽지 않으리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이 책은 술집과 밥집 두 파트로 짜여져 있다. 술집 다치노미야가 흥미롭다. 우리나라의 선술집과 비슷한 곳으로 오사카의 독특한 음주문화와 정서를 상징하는 주점이다. 숨 막히는 사회생활을 버텨야 하는 월급쟁이들도, 이리저리 마실을 다니는 동네 아저씨들도, 은퇴한 노신사도, 혼술하는 아주머니도, 쿨한 청춘들도, 다치노미야에선 모두 친구가 된다.

가쿠우치도 눈길을 끈다. 술 상자 위에 캔 안주와 싸구려 술을 놓고 먹은 집이다. 자연스럽게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단골이 된다. 운 좋으면 옆 사람이 사는 술을 얻어 먹을 정도로 정이 넘치는 곳이란다. 야키니쿠야(고기구이집), 이자카야, 고료리야, 스낫쿠 등을 알려준다.

바늘에 실이 따라가듯이 술에 안주가 빠질 수 없는 법. 맛 국물을 흠뻑 빨아들인 어묵, 무엇이든 튀기는 음식인 구시카스, 선도 좋은 바다의 제철 식재료들, 기무치(김치)를 비롯한 절임채소, 맥주와 찰떡궁합인 교자까지 즐비하다. 이어서 라멘, 우동, 소바, 스시, 카레, 양식(요쇼쿠), 덮밥, 노포, 두부집 등 다양한 맛집들로 독자의 손을 이끈다. 

부산일보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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