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갖게 된 유치원 교사의 꿈을 부모님의 반대로 이루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행복하다. 왜냐하면 난 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선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나 언제나 즐거워야 할 내가, 때로는 나 자신도 모르게 울컥 화가 치밀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찾게 되는 책이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이다. 탄광마을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46세라는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임길택 선생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산문과 교단일기들을 모은 책이다.
 
투박한 강원도 시골마을 선생님과 순박한 아이들이 나눈 아름다운 추억은, 눈시울을 뜨겁게도 하고 잔잔한 웃음을 만들기도 한다. 진정한 교육자의 참모습에서 가슴 뭉클한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 교육자이기에 앞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도 솔직담백하게 표현한 글들은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공부 잘하는 아이, 말 잘듣는 아이, 말쑥하게 잘 차려입는 아이를 좋아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저자 또한 그런 아이들을 좋아하며, 그런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책 곳곳에 표현돼 있다. 하지만 틀에 짜인 착한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틀에 맞추어진 붕어빵과 같은 존재이며, 붕어빵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 뒷전으로 밀려나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그러한 안타까움을 바탕으로, 임길택 선생은 울지 않는 방법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울어 줄 수 있는 동반자의 길을 걸어간다. 비가 오면 같이 비를 맞아줄 수 있는 참다운 사랑법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손톱이 길어 때가 까맣게 끼어 있는 아이를 보면, 더럽다고 꾸짖으며 면박을 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손톱을 깎아 준다.
 
교실에서는 산수나 국어를 잘 못하지만, 들과 산에서는 본인보다 훨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니가 선생님이다"라며 현실에서 체험한 지식의 소중함에 예의를 갖추었다. 남들보다 조금 뒤쳐져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특수반'이라는 이름의 낙인을 찍는 게 아니라 '민들레반 아이들'이라 불러주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임길택 선생은 아이들의 허물없는 '동무'가 되고서야 드디어 진정한 선생님이 된 것이다.
 
'나는 누가 울 때, 왜 우는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울 땐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이 세상엔 없을 거라 여깁니다. 짐승이나 나무, 풀 같은 것들이 우는 까닭도 알고 싶은데, 만일 그 날이 나에게 온다면,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 책표지에 인쇄된 책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온갖 더러운 추측과 이성적인 듯 포장된 미움이 판치는 각박한 세상에서 내 주위에 울고 있는 이는 없는지 또 왜 우는지 한번쯤은 돌아볼 문제이다. 누가 뭐라해도 나는 선생이다. 내 자녀에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웃의 아이들에게…. 그래서 나는 진정한 선생이 되기 위해 임길택 선생의 마음을 끊임없이 흉내내 볼 작정이다.
 
"과연 나는 선생이기 이전에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서, 우는 것을 사랑하고 작고 약한 것을 돌아보며 사는가?" 그가 나에게 물음을 던진다. 그 물음을 이제 당신에게 해 본다.


>> 서수란은
197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김해의책 추진위원, 김해도서관·칠암도서관·화정글샘도서관 독서지도 강사, 한빛도서관·장유도서관 성인동화구연지도사반 강사, YWCA·장유도서관 책놀이 지도사반 강사 등 김해에서 책과 동화를 주제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현 사단법인SAK김해색동어머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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