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 '깔끄미'에 붙은 '나리'
자연스럽게 우정 개념 알려줘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 중 하나로 고생물 화석의 대표주자 삼엽충은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익숙한 이름이다. 여러 마디로 된 외모와 수십 개의 다리를 가진 삼엽충은 사실 징그러운 벌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삼엽충이 귀여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가 있다.

'깔끄미는 등이 가려워'는 주인공 삼엽충 깔끄미와 깔끄미의 등에 붙어살게 된 완족동물 나리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초등학교 저학년용 그림책이다.

아주 오래전 땅이 너무 뜨거워서 모든 생물이 바다속에 살던 시대가 있다.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삼엽충 깔끄미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마을 주민들 속에서 무심히 걸어다닌다. 그렇게 비슷한 생활을 하고 한 번씩 껍데기를 벗으면 몸이 개운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등이 너무 가렵다. 깔끔한 깔끄미에게 전혀 없던 일이다. 열심히 목욕을 하고 돌에 등을 비벼도 가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알고보니 깔끄미의 등에 작은 조개 나리가 붙었다. 나리는 자기는 이제 깔끄미의 등에 붙어 살기로 했다고 말한다.

나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대며 깔끄미에게 이야기를 건다. 마을 사람들은 등에 붙은 나리가 이상하다고 깔끄미를 놀리기도 한다.

나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마을 사람들을 피해 조용한 언덕에 앉은 깔끄미. 그 때 나리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깔끄미에게 조심하라고 알린다. 삼엽충을 위협하는 절지동물 나오말로카리스가 나타난 것이다.

나리의 경고 덕분에 목숨을 구한 깔끄미. 그 일을 계기로 나리와 깔끄미는 친해지고 깔끄미는 세상 구경을 하고 싶다는 나리를 위해 천천히 마을도 돌아다니며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다.

어느날 나리가 붙은 깔끄미의 껍데기가 허물을 벗듯 벗겨진다. 무겁고 간지럽던 나리가 없어지니 깔끄미는 개운한 기분을 느낀다.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돌아다니지만 왠지 섭섭하다. 아름다운 보름달을 보러 나갔다가, 이 좋은 광경을 함께 감탄할 친구 나리가 없으니 재미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급하게 집으로 가서 나리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나리가 조류에 휩쓸려 갔는지 걱정하는데 TV 안테나를 잡고 버티는 나리를 발견한다.

그제야 깔끄미는 나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깔끄미는 나리에게 새 껍데기에 붙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함께 달을 구경한다. 깔끄미는 나리로 인해 자신이 특별한 삼엽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우정의 개념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네모바지 스펀지밥'을 떠올리게 하는 바닷속 마을 풍경들이 예쁘게 묘사돼있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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