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단,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명제뿐이다" 라고 말한 미국 사회학자 '다니엘 벨'의 말은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다.

미국 코넬대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기업 경쟁원리는 애덤 스미스 보다 다윈이 더 잘 설명해 준다"고 했다. 한치 앞을 모르는 21세기 급변하는 기업환경 하에 다윈이 '종(種)의 기원'에서 밝힌 자연의 법칙은 기업의 신질서를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같은 종의 생물 개체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특성인 자연계의 변이는 기업계의 신기술·신지식·신시장 출현에 해당한다. 자연계의 생존경쟁은 기업의 수용·적응·차별화 경쟁에 해당하고, 자연계의 자연선택인 적자생존은 기업계의 생존·소멸에 해당한다.

진정한 의미의 변화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에 성공하는 것이다. 과거 한때 번성했다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환경으로부터 자연선택을 받지 못하는 생물이 도태되듯 고객과 시장의 외면을 받는 기업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1970년 대 초·중반까지 고액연봉의 국내 최고 직장 중 하나는 은행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에서 망하지 않는 두 곳을 꼽으라면 은행과 대학이었다. 하지만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로 국내 부실 금융기관 5개가 사라지면서 '은행 불패' 신화는 무너졌다.

당시 대학은 그래도 외환위기의 2선 정도로 비켜나 있었으나 최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도 호된 위기를 맞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국내 백화점 또한 "돈을 갖다 놓아도 잘 팔리는 곳"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 십년 간 호황을 누려왔지만 인터넷 상거래 증가로 인해 사정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국내 유통 5사, 71개 백화점의 전년 대비 매출 실적은 약 58%의 점포가 마이너스 성장이고 백화점 전체 매출액은 겨우 1.9% 증가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명품 5번가를 120여년 지켜 온 터줏대감 헨리 벤델이 올 1월 폐점했고, 104년 된 백화점 로드앤드테일러는 작년 12월 매장 운영을 이미 중단했다. 플래그십 스토어 의류브랜드 갭도 문을 닫았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도 매장 폐쇄를 검토 중이며, 캘빈클라인은 올 봄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명품 백화점 몰락은 전자상거래 발달로 오프라인 매장이 줄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렇게 비어 가는 공간에는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해 지금은 손 안대는 사업이 없는 공룡기업 아마존이 파고 들고 있다.

아마존은 2016년 홀푸드를 인수해 뉴욕시에 13개 매장을 확보하고 아마존북스 매장 12개를 개장했으며 3개를 더 열 계획이고 무인점포 아마존 고를 짓는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에서도 이어져 200여 년 역사의 영국 백화점 데번햄스도 165개 점포 가운데 50곳 이상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영국 최대 유통기업 테스코도 대규모 감원을 실시했다.

무인로봇 자율배송 등 물류혁신에 성공한 아마존은 유행에 민감하고 기술도입이 빠르며 높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의 한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한국은 일찍이 제1차 세계유통대전에서 승리를 거두어 '글로벌 유통업체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세계 1위 유통업체 미국 월마트와 세계 2위 프랑스 까루프는 2006년 백기를 들고 국내시장에서 철수했고 영국계 테스코마저 2015년 철수했다.

이제 한국 유통업은 머잖아 괴물 아마존과의 제2차 세계유통대전에서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국내 유통 기업들은 기본에 충실하고 다윈의 자연 법칙 속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학교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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