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진행자인 배철수 씨는 눈 아래의 안포가 두툼하면서 처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부위를 와잠(臥蠶)이라고 하는데, 누에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담낭, 즉 쓸개의 크기에 따라 와잠이 커지거나 작아진다. 인체는 큰 것이 병이 잘 생기기 때문에, 와잠이 부풀거나 늘어질수록 쓸개와 관련된 질환이 잘 생기기가 쉽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 중 발달된 것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데, 쓸개에서 나오는 기운이 바르면 그 사람의 성격이 굳세고 바르며 과단성이 있다. 쓸개의 기운이 약하면 선택의 상황에서 결단을 잘 못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게 된다. 쓸개의 기운이 약한 상태를 담허(膽虛)라고 하는데, 담(膽)이 허해지면 일을 할 때 혼자서 시작을 잘 못하고 남이 도와줘야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말 표현 중에 대담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겁이 없고 용감하다는 뜻이다. 쓸개가 튼튼하면 사람이 용감해지고, 쓸개가 약해지면 겁이 많아지게 된다. 반대로 너무 놀라거나 무서운 상황을 겪게 되면 쓸개에서 그 정서적 충격을 흡수하게 되므로 쓸개가 상하게 되어 병이 생긴다.
 
쓸개가 좋지 않거나 병이 있으면 한숨을 자주 쉬고 입안에서 쓴맛이 느껴지고 신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쓸개의 이상은 목구멍과 옆구리 쪽으로 이상이 잘 나타나는데, 목구멍이 안에서 막힌 듯한 느낌이 들고 침을 자주 뱉게 되며, 옆구리가 결리거나 갈비뼈 안쪽이 아픈 느낌이 들기도 한다.
 
쓸개에 병이 있거나 담(膽)의 경락에 병이 있으면 감기처럼 열이 나는데, 특징적인 것이 열이 났다가 오싹하게 추웠다가 하는 증세가 반복되는데, 이를 한열왕래(寒熱往來)라고 한다. 감기인 줄 알고 열심히 치료를 하는데도 잘 낫지 않고 몇 주씩 오래가는 경우에 한열왕래의 증상이 있다면, 담(膽)을 조절해 주는 치료법을 쓰면 빠른 시일 내에 좋아진다. 특히 소아들은 편도선이 잘 부으면서 감기를 자주하거나 알러지성비염 증세가 있을 때 담이 허하거나 담에 열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담이 좋지 못하면 쓸개 자체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신경정신과적인 질환들도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담이 허하면 잠이 잘 오지 않고 혼자서 자는 것이 무섭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누가 잡으러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즉, 불면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소아들의 틱증상 등이 모두 담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배철수 씨는 코의 모양이 길게 쭉 뻗어 있고 얼굴이 갸름한 편에 속한다. 이런 형상은 오장 중에서 간이 발달된 주류(走類), 또는 목체(木體)라고 한다. 주류이면서 와잠이 두툼한 형상이므로 간과 담이 모두 허한 상태라고 보여진다.
 
배 씨의 콧대 모양을 보면 쭉 뻗어 있으면서 좌우의 폭이 좁은 편이다. 코의 좌우 폭이 넓을수록 그 사람의 체형도 좌우로 넓적해지기 쉽고, 코의 폭이 좁을수록 체형이 날씬한 경우가 많다. 좌우로 퍼져나가는 기혈(氣血)이란 에너지가 풍부할수록 콧대가 넓적하면서 안정감이 있어 보이는데, 콧대가 너무 얇고 가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혈이 부족한 것이다.







강유식 부산장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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