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눈이의 모정 소설로 풀어
삶·존재·운명에 대한 고민 담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 예정

 

속도감 있고 흡인력이 뛰어나 단숨에 읽었다. 우화적 기법을 장착해서일까.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했다.
 
'오목눈이의 사랑'은 뻐꾸기 새끼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아프리카로 떠나는 붉은머리오목눈이란 새의 삶과 여행을 담은 소설이다. 소설의 작중 화자는 '육분이'이라는 이름의 붉은머리오목눈이. 오목눈이 또는 뱁새로 불린다. 몸길이 12㎝, 무게 10g에 불과한 작은 새로 봄과 여름 알을 2번 낳아 새끼를 기른다. 오목눈이는 뻐꾸기 알을 자기 알로 착각해 대신 키우는 조류다.
 
소설을 보면 뻐꾸기와 오목눈이의 흥미로운 생태를 알게 된다. 뻐꾸기는 둥지를 지을 줄도, 알을 품을 줄도 모른다. 뻐꾸기가 몰래 알을 낳고 가면 오목눈이는 그것을 자기 알과 함께 품는다. 뻐꾸기 알은 하루나 이틀 먼저 부화한다. 이제 막 알에서 나온 뻐꾸기 새끼는 다른 알들을 필사적으로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제 새끼를 밀어뜨려도 오목눈이는 저보다 몸집이 열 배는 큰 뻐꾸기 새끼를 한 달가량 거의 필사적으로 벌레를 잡아 먹이며 키운다. 힘에 부쳐 목숨을 잃는 어미 새도 있단다. 하지만 다 자라서 하늘을 날게 된 뻐꾸기 새끼는 말 한마디 없이 그동안 키워준 오목눈이 어미 곁을 떠난다.
 
소설의 주인공 육분이도 제 몸집의 열 배에 달하는 뻐꾸기 새끼 '앵두'를 천신만고 끝에 키운다. 하지만, 앵두 역시 자신의 뻐꾸기 엄마를 따라 아프리카로 돌아간다. 육분이는 멀리 날아가 버린 앵두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모성애를 보여준다.
 
이순원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오목눈이의 눈물겨운 모정과 모험을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으로 담아냈다. 작가는 고향인 강원도 강릉의 대관령 숲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를 우연히 들었고 뻐꾸기가 아프리카에서 1만 4000㎞를 날아와 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맡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들의 특성과 생태, 지구를 반 바퀴 가로지르는 기나긴 여정에 착안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
 
소설에서 육분이는 자신이 사는 숲(아마도 강원도)에서 출발해 우수리강, 아무르강, 티베트고원, 히말라야, 방글라데시, 인도, 페르시아, 시리아, 레바논, 잠비아, 짐바브웨 등을 거쳐 107일동안 1만 9000㎞를 날아간다. 낯선 땅에서 낯선 씨앗을 잘못 먹어 기운을 읽거나 매일 쌓인 피로로 날개를 퍼덕일 힘조차 없을 때도 있었다. 육분이는 천신만고끝에 아프리카에서 앵두를 만난다. 육분이는 앵두에게 말한다. "바다에서도, 땅에서도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걸 제일 중요하게 여겨. 그것만 지키면 안전하니까." 삶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조언하기 위해 그 먼 길을 간 것이다.
 
'철학하는 오목눈이'란 새가, 3년 동안 세 번이나 뻐꾸기 새끼를 키운 육분이에게 한 말도 의미심장하다. "어떤 목숨붙이도 자기가 태어날 자리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네. 우리 스스로가 있을 자리를 결정해서 태어나는 게 아니니까." 존재와 운명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더는 오목눈이를 미련하고 우매한 새라고 탓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순원 작가는 "새나 사람이나 한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본 것은 그 안에 깃들여져 있는 자연의 지극한 모성이다. 자연이 어머니고, 어머니가 자연이다"라고 했다. 소설은 애니메이션·게임 제작사인 드림리퍼블릭에서 제작을 맡아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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