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눈을 뜨게 한 주요 문명들의 세계 해석과 자기 이해의 방법은 달랐다. 그리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라는 시(詩)를 통해 낯섦을 극복했다. 이스라엘은 '성서'로 상징되는 종교를 등불 삼아 어두운 세상을 더듬어 나갔다.

이에 비해 동양은 철학을 다리 삼아 험난한 계곡을 건너왔다. 그것이 표출한 대표적인 게 바로 '주역'이다. 이와 더불어 '노자'와 '장자'는 중국 위·진 시대에 세 가지 현묘한 책(삼현·三玄)으로 불리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사상을 이끌어왔다.

'도서출판 길'이 이번에 삼현 가운데 하나인 '장자' 완간을 내놨다. 제1권 내편(內篇) 출간(2005년) 이후 13년 만에 제2권(외편·外篇)과 제3권 잡편(雜篇)을 펴내게 된 것이다. 이 번역판본은 오롯이 노장철학을 40년 넘게 공부해온 전공자들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을 내는 데 나는 무리를 했던 것 같다. 부끄러운 일이다. 본래 이 책의 2, 3권은 2005년 6월 이전에 출간하겠다고 독자들과 약속하였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2권까지 집필을 끝내고 3권째 접어들 무렵에 이른바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불행히도 오른쪽이 마비되어 글씨를 쓸 수 없었다." 옮긴 이 중 한 명인 이강수의 후기는 완간이 늦어진 이유를 짐작게 한다. 아울러 그의 '장자'에 대한 열정이 온전히 전해온다.

'장자'에서 그의 비판 정신을 우선 접하게 된다. 아무리 성인이라도 자기의 뜻으로 천하 사람을 바로 잡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인간 의식은 시대나 지역 제한성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다. 장자는 이 의식에 입각한 행위를 인위(人爲)라 하고, '인위의 정치'를 비판했다.

초연(超然)정신도 장자의 사상이다. 이는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자유, 즉 무대(無待)의 소요(逍遙)라는 일종의 정신 초월이다. 그러한 경지에 이르러서야 물질적 향락에 빠지지 않고 도덕과 생사 문제를 초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화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유가에서 강조하는 인화(人和)를 넘어 천화(天和)를 제창한다.
 
부산일보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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