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고 봉수매(鳳首梅)

김익택


아직도 북녘 손님은
나뭇가지를 울리고
먼 길 떠난 훈풍은
기약 없는 손님인데

검게 탄 마른 육신
새우등에도
바람 속 봄을 느끼고
웃고 우는 저 꽃 몽우리

손가락마디마다
얼어터질듯 맺혀있는
빛과 향기 머금고
오들오들 떨면서 피고 있다


<작가노트>

몸통이 썩고 가지는 꺾여도…

김해건설공고 와룡매는 겨울 기온이 따뜻하면 2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3월 초가 되면 진다.

매화수령은 사람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 와룡매들은 대부분 고사 직전에 있고, 올해 볼 수 있는 나뭇가지가 내년에 볼 수 없는 것이 허다하다. 그나마 건설공고에서 관리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살아있는 나무들은 불과 몇 그루 남지 않았을 것이다.

겨울 끝 2월 말, 온 세상이 앙상한 가지뿐인데 하얗게 피는 김해 와룡매는 몸통이 썩고 가지는 꺾여도 피는 꽃은 어린나무 매화보다 싱싱하고 향기 또한 짙다.

그 모습 보고 있으면 이퇴계가 아니더라도 너도 나도 아름다움에 반하고, 향기에 취해, 예쁘다 아름답다 향기가 좋다며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나 역시 와룡매에 반해 쓴 시가 50여 편, 와룡매를 담은 사진은 수백 장이 넘는다. 와룡매가 피고 질 때까지 마음 한구석에는 와룡매와 늘 함께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김익택 시인

 

·앞선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
·현대시선 시 부문 신인상
·단편소설 '어느 무명시인의 죽음' '연어' 등
·김해문인협회 회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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