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합성동 터미널-

이애순

이른 아침,
인도(人道) 가운데
초라한 장이 선다

뜨거운 화덕이 차려지고
옥수수와 군밤이
삶의 불씨를 지핀다

남편의 일손을 돕는
젊은 아내의 말없는 손놀림
삶을 위한 간절한 기도
이렇게 고된 하루가 시작된다.
이렇게,
희망의 하루가 시작된다

도로 저편
정의를 외치는 철지난 선거 현수막이
공허하게 바람에 나부댄다


<작가노트>

그래서 또 4월은 잔인한 달이다


또 몇몇 곳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보궐선거 비용은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물어야하지 않을까.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은 지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시장터를 활보한다. 거창한 현수막을 내건다. 헛된 공약으로 침을 튀긴다. 그에 비례해서 국민들은 분노를 토해낸다.

시장에 한 평 가게도 마련하지 못한 젊은 부부는 말없이 인도에 좌판을 깔았다. 그것이 그들의 희망이며 삶의 불씨다. 그들에겐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마저 아깝다.

여기저기 봄꽃 소식이 들리지만 서민들 삶의 궁핍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또 4월은 잔인한 달이다.

 

▲ 이애순 시인

 


·<에세이 문예>, <아동문예> 등단
·가야여성문학회 회장, 김해문협 회원
·수필집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을래요?>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