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랑한 빅토리아 시대 귀족들
개·고양이부터 말·닭·까마귀까지
각종 동물들, 주인과 나눈 우정 '훈훈'


 
역사 속에는 현대인 못지않은 동물 사랑으로 훈훈한 이야기를 남긴 명사들이 다수 있다. 그들에게 개와 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 이상이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18~19세기 역사 속의 동물들은 "단순히 일상의 힘겨움을 나누는 동반자 그 이상의 존재였다. 동료이자 친구였고, 특별한 삶과 그들만의 독특한 성격으로 사랑받는 가족의 일원이었다. 그들은 또한 대중에게 끝없는 매혹과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신간 '나폴레옹을 물리친 퍼그'는 '빅토리아시대 셀럽들의 동물 이야기'란 부제가 말해주듯, 18~19세기에 사랑받은 여러 종류의 반려동물에 관한 색다르고 독특한 이야기책이다. 개나 고양이는 물론 말과 닭에 까마귀까지, 뜻밖의 동물들이 자신의 주인이자 친구와 나눈 우정과 사랑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변호사인 저자는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엘리자베스 개스켈 등 빅토리아시대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했는데, 이런 관심으로 인해 각종 문서를 뒤져 동물, 예술, 골동품 등 다양한 분야의 엉뚱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수집했다. 이 책은 그 결과로 나온 결실이다. 저자 자신도 안달루시안 마장마술 말, 셰틀랜드양몰이개, 샴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저자는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개, 고양이, 말과 가축, 새, 토끼와 설치류, 파충류와 물고기, 기이한 애완동물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은 개다. 거기에는 18~19세기에는 특히 귀부인들 사이에 퍼그가 대유행이었으며, 빅토리아여왕이 유별난 동물애호가였던 사실도 적잖이 작용했다.
 
반면, 고양이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애완동물이었다. 별나고 호사스러운 보살핌을 받기도 했지만, 불쾌감을 자아내거나 종종 대중의 분노를 샀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은 고양이 애호가 해리슨 위어가 1871년 영국 하이드 파크의 수정궁에서 개최한 최초의 '캣쇼' 덕분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당시 반려동물에 얽힌 사연들을 보면, 지위나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끼던 동물에게 극진한 애정을 쏟았음을 알 수 있다.
 
조제핀의 퍼그 '포춘'과 나폴레옹의 악연, 앨버트 왕자의 기품 있는 반려견 '이오스',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와 같은 존재였던 에밀리 브론테의 개 '키퍼', 빅토리아시대 독신 여성들의 유별난 고양이 장례식, 에드거 앨런 포의 시에 영감을 준 찰스 디킨스의 까마귀 '그립', 바이런 경이 함께 묻히기를 소망했던 개 '보츠와인', 밭을 갈다 무너진 굴에서 튀어나온 생쥐를 보고 명시를 쓰게 된 로버트 번스의 사연 등이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복원돼 펼쳐진다.
 
동물들의 주인을 향한 깊은 신뢰와 충성심도 사람의 동물사랑 못지 않게 큰 감동을 준다. 주인이 죽자 슬픔에 잠겨 식음을 전폐한 개와 고양이들은 물론이고, 남북전쟁 때 주인을 따라 전장에 나가 매일 계란 1개씩을 낳아주었던 애완닭 '비디', 수년 전 도둑맞은 당나귀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주인을 알아보고 기뻐 날뛴 이야기 등이 그렇다.
 
"보비는 그곳에 남아 주인의 묘지를 지켰다. 전설에 따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덤 위에 누운 채로 그로부터 14년간 자리를 지켰으며, 어느 혹한의 겨울날 아침, '세월과 추위에 마모되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밖에도 피커딜리의 염소, 토끼의 기차요금, 벼룩 서커스 같은 기상천외한 일화는 색다른 흥미와 웃음을 자아낸다. "대체로 벼룩서커스를 보러 오는 관중이란 무대 주변에 자리잡을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수의, 돋보기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서커스 소유자는 그들 앞의 테이블에 무대를 올려놓았다. 무대 주위로는 공연자들이 살고 있는 작은 상자들이 둘러세워져 있었다. 상자 집의 문이 열리면서 벼룩들이 무대 위로 뛰어나왔다."
 
이 같은 장면이 상상이 되는가! 벼룩들이 선보이는 공연은 벼룩의 지능보다는 전적으로 서커스 소유자의 쇼맨십에 더 좌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벼룩 조련사들은 빅토리아시대 언론을 상대로 벼룩 선별법이나 조련법에 대해 기꺼이 논쟁했다고 한다.
 
이처럼 빅토리아시대에는 명사들과 반려동물의 특별하고 애틋한 친교 외에도 상어와 악어, 애완여우와 벼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늘날의 움짤이나 인기 동영상만큼이나 당시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음을 이 책은 알려준다.
 
부산일보=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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