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크라이슬러 등 과거 실패 사례
장수경제 시대 '필요 넘어 욕구' 읽고
노인,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1955년 케첩으로 유명한 식품 대기업 하인즈는 치아가 좋지 않은 노인들이 거버의 이유식 제품을 이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회사는 10년간 연구 끝에 60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노인식 제품을 내놓았다. 재료를 미리 으깬 영양죽 통조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아무도 그런 제품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 노인식 통조림은 노인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이 늙고 이도 성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결국 생산이 중단됐다.
 
1974년 미국 기업들은 노인들이 쓰러졌을 때의 상황에 대비해 '개인 응급 응답 시스템(PERS)' 상품을 내놓았다. 누르면 응급 구조대를 호출하는 버튼이 내장된 펜던트 목걸이 같은 제품이었다. 그러나 2004년까지 65세 인구 집단의 2%만이 이 제품을 이용하는 데 그쳤다. 이 제품의 실패 원인은 단지 비용 문제만은 아니었다. 노인들이 죽음이 임박했다는 증거를 족쇄처럼 목에 거는 것을 싫어한다는 성향을 간과한 탓이 컸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는 이처럼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시니어 비즈니스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제시하고 장수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 백악관과 유수의 기업에서 고령화 관련 자문을 많이 해온 미국 최고의 노인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저자의 분석과 제안은 단순한 비즈니스 전략에 머물지 않고 고령화 사회를 해결할 경제 혁신 전략으로까지 나아간다.
 
실패 사례는 또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는 1950년대부터 이런 금언이 전해진다. '젊은이가 타는 차를 노인에게 팔 순 있어도 노인이 타는 차를 젊은이에게 팔 수는 없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배려한 차를 개발하고 노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한 크라이슬러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방향을 선회한 이후로 생겨난 말이다.
 
저자는 장수 경제 시대를 맞아 '필요를 넘어 욕구를 읽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 비교해 신체상의 한계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지만, 노인들이 오로지 그 문제만 생각하며 상품을 사용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핵심 메시지는 '상품이 미래의 장수 경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고령 소비자를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환자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인의 욕구, 요구, 열망을 인정하고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성공 사례로 전파를 이용한 스마트홈 장치를 든다. MIT 전기공학과 교수이자 에메랄드 대표인 디나 카타비가 개발한 것이다. 그는 할아버지 낙상 사고를 계기로 와이파이에 이용되는 무선 신호를 이용해 특정 공간 안에 존재하는 사람의 위치와 상태를 포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노인을 위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스마트홈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모든 세대가 사용하는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된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의 열망을 일으키고 의미를 제공하기 위한 '초월적 디자인'을 추구하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특히 노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고, 노년을 새롭게 삶을 꾸려가야 할 단계로 보면서 소비를 계획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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