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9일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민주당 최철국 전 국회의원에 대해 당선무효형을 선고함에 따라 김해 을 지역에서는 내년 4월 27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뜨거운 열기가 일고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예비후보들의 이름이 수 십명이나 거론돼 온 터였다. 이런 가운데, 거물급 정치인들의 등장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카드'를 내심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원외대표라서 당내 존재감이 예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지금처럼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는 손 대표의 위상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번 보궐선거가 손 대표로서는 한 번 노려볼만 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해 을은 최 전 국회의원의 지역구이고, 김해지역 역시 민주당 소속 시장과 시의회 의장을 배출한 곳이라서 민주당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 있다.

그러나 중앙 정치권 관계자들은 "만약 손 대표가 출마한다면 친노 쪽 인사들의 반발이 거셀 것 같다"며 "아마도 손 대표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이 흘린 얘기가 아닐까 싶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손 대표의 한 측근도 "그런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친노정당'이라 불리는 국민참여당에서도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서 김해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지난 1월에 창당한 국민참여당으로서는 첫 국회의원을 김해에서 배출할 경우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2년 후에 열릴 총선을 염두에 둘 경우, 이번 보궐선거가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판단도 나온다. 이 때문에 대표적 '친노인사'로 꼽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과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출마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에서도 '전략공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르내리는 이름이 국무총리 후보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다. 그러나 실제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평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 전 지사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출마를 할 경우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라며 "만약 출마했다가 떨어진다면 김 전 도지사의 정치 인생은 기약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미 자천타천으로 이름이 거론돼 온 후보군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길태근(55) 전 한나라당 대표 특보와 김혜진(59) 대한레슬링협회 상임부회장, 임용택(53) 전 김해시의회 의장, 김문희 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길태근 전 특보는 김해 출신으로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김해 출신인 김혜진 부회장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청년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2008년 4.9총선 때는 나란히 예비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임용택 전 의장은 시의회 의장을 역임,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져 있다. 김문희 전 청장은 지난 6.2 지방선거때 김해시장 후보로 등록했다가 공천 과정에서 막판에 고배를 마셨는데, 비 김해 출신으로서 크게 선전했다는 평을 들었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진 전 경남경찰청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청장은 청장 재직중에 김해를 자주 방문, 정치에 뜻을 둔 행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산일보 2005년 9월 15일자 보도) 기찬수 전 기무사 참모장,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지역 활동이 거의 없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국민참여당에서는 이봉수 도당위원장과 봉하마을 번영회장인 박영재 바보오리농장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봉수 도당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농업 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박영재 번영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학교 후배로서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친박연합에서는 박주천 도당위원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김해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8일 예비후보자 등록에 앞서 23일 오후2시 예비후보자를 위한 선거법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설명회가 열리고 나면 후보자의 윤곽이 거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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