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순재 김해성폭력상담소장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사진·동영상 유포=2차 가해, 지금 당신이 멈춰야 합니다."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만들어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경고장 사진의 문구이다. 이는 불법촬영한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피해자를 추측하는 등의 2차 가해 확산에 대한 경고이다.

지난 11일 '승리, 정준영 카톡방 불법 영상 공유' 보도 이후 해당 동영상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동영상을 찾는 글이 올랐고, 포털사이트에 '정준영 동영상' 이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자리하는가 하면 다수의 여성 연예인들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문제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고 불법촬영한 동영상과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궁금해 하는 누리꾼의 관음증과 이를 조장하는 듯한 언론의 태도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또다른 심각한 2차 피해를 발생시키는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2차 피해는 '성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부정적인 처우'(윌리엄스 J. E. 1984)로 성범죄, 인종차별 등 혐오성 범죄 전반에서 피해자가 겪는 부정적인 처우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성폭력 이후 사법기관, 의료기관, 가족, 친구, 언론 등에서 보이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이나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 이라고 정의한다(한국성폭력상담소).

최근에 우리사회에 드러난 일련의 성범죄 사건에서 보면 2차 피해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신상유출, 외모에 대한 판단, 근거 없는 명예훼손, 부당한 인사 등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이후에 겪어야 했던 문제들이다. 이는 피해자에게 성범죄 피해와 더불어 깊은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는 것을 피해자 지원을 하면서 수도 없이 공감해 온 문제이다.

경찰청에서는 2차 피해방지를 위해 불법촬영물 및 허위사실 유포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불법촬영물 유포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촬영물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행위도 처벌이 되고, 올리라고 부추기는 행위도 교사 또는 방조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호기심에 공유하였다가 유포 죄로 처벌 받을 수 있으니 불법촬영물을 게시·유포하거나 이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생산·유포하는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검거하여 처벌을 받도록 엄정 대응한다는 경찰청의 태도를 환영한다.

가해자의 태도는 어떠한가? 안 잡힐 수 있었는데 재수 없어서 들켰다고 오히려 억울해 하거나, 운이 나빠 걸렸으니 불쌍하다고 동정하거나, 범죄를 실수였다고 축소시키는 문제도 있다. 충분한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고, 그저 법망을 빠져나가려고만 들거나 비겁한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처벌을 받아들이고 재범으로 이어지지 않을 자세가 요구된다.

낮은 기소율과 약한 형량 등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성범죄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등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솜방망이식 처벌은 오히려 범죄를 보다 전문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 2016년에도 불법촬영으로 고소당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후 4개월여 만에 복귀한 정준영의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제대로 처벌 받지 않으면 2차, 3차 재범을 낳을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누구이며, 어떤 피해를 당했는가, 피해의 정도는 어떠한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해자가 누구이며 어떤 구조가 가해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어떻게 반복되어 왔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해자의 잘못을 명확하게 판단하려면 문제의 본질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피해자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아야 한다.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사진이나 동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는 2차 가해이며 범죄이다. 지금, 나부터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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