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법무법인 재유의 민홍철(50) 대표 변호사가 '말을 갈아 탔다'. 그는 최근 문재인, 문성근 등 친노 세력이 주축이 된 시민통합당 추진위원으로 창당에 앞장섰다.
 
어느 정당에도 가입한 적이 없는 그로서는 말을 갈아탔다는 표현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2008년 말 김해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활동을 시작한 이후 줄곧 한나라당 공천을 준비 중이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가 유력 한나라당 정치인을 만나고 다닌다는 정보도 여기저기서 포착되곤 했다.
 
<김해뉴스>는 지난 6월 인터뷰에서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데 왜 한나라당 공천을 준비 중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했다. 실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군사법개혁 책임자를 맡았고, 그 공로로 군법무감(준장)으로 승진하는 등 출세 가도를 달렸다.
 
이 질문에 대해 민 변호사의 대답은 이랬다. "현역 군인이자 국가 공무원이었던 시절 당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나의 근본적 지향점은 개혁적 보수로, 민주당과는 다르고 한나라당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랬던 그가 시민통합당 창당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반서민 정책으로 민심을 잃었고, 국민적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불통정부'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시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통합이 시대적 요구라는 점도 덧붙였다.
 
지역 정가에 밝은 사람들은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한나라당 김해갑 지역구 현역의원이자 여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정권 의원을 상대로 공천 경쟁을 벌이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민 변호사는 <김해뉴스>와 인터뷰에서 "삶의 행복 추구라는 근본목표를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면 진보적 가치든 보수적 가치든 실사구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말을 갈아탄 데는 그의 '실사구시'적 사고가 큰 역할을 한 듯 보인다. 하지만, 시민통합당을 떠받치고 있는 '노무현 정신'은 지름길을 찾아 방향을 바꾸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노 전 대통령이 '바보'로 불리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손해를 감수하며 가야 할 길을 가는 우직함' 때문이었다.
 
김해고등학교 시절 1등을 놓치지 않고 영민했던 민 변호사가 한 번쯤은 되새겨 보아야 할 가치가 아닐까.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