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교육부가 지난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한 결과, 국 영 수 기초학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특히 수학의 경우, 중고등학생 모두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학생 열명 중 한명 이상은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 이래 최대치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야말로 공부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이지만 이들의 기초 학력은 더 떨어진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자'란 학년별로 달성해야 하는 성취 수준을 우수, 보통,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4단계로 나누었을 때 학력 수준이 크게 미달된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학생을 의미한다. 이처럼 읽기, 쓰기, 셈하기 등 학교 교육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성취 기준, 즉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986년부터 매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시행해왔지만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교 간 서열화와 과당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따라서 2017년부터는 전수조사에서 중3·고2 학생의 3%만 대상으로 하는 표집조사 방식으로 바꿨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473개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만6255명을 대상으로 국어·수학·영어 학업성취도 표집평가를 실시하였다. 평가결과 중학교 3학년은 수학 기초학력이 미달된 학생 비율은 11.1%로 전년도(7.1%)보다 4%포인트 증가했고, 국어는 2017년 2.6%에서 4.4%로, 영어는 3.2%에서 5.3%로 각각 2.2%포인트와 2.1%포인트 늘어나 국어와 수학, 영어 모두 기초학력이 떨어졌다.

또 고등학교 2학년은 국어 기초학력은 올랐으나 수학과 영어 기초학력은 떨어졌다. 영어 기초학습 미달률은 2017년 4.1%에서 6.2%로, 수학은 9.9%에서 10.4%로 각각 2.1%포인트, 0.5% 증가했다. 국어는 2017년 5%가 기초학력이 미달했으나 지난해 3.4%로 1.6%포인트 줄었다. 보통 학력을 갖춘 학생들도 수학 성취 수준이 가장 낮았다.

또 중학교와 고등학교 남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여학생보다 1.8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수학, 영어 과목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한 중학교 남학생 비율은 8.7%인 반면 여학생은 5%라고 밝혔다. 고등학교에서는 남학생 8.6%, 여학생 4.6%로 남녀간 학력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8일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와 함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기초학력이 이렇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평가 방식이나 기초학력 개념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등의 모호한 설명만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이 없다 보니 처방도 예전에 발표한 것을 재탕을 하거나 협의체나 기구를 만드는 등 부실하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기초학력 저하 현상이 지속되자 '기초학력 보장법'을 제정하자고 했고, 교육부는 학교별로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주기적으로 진단하면서 보충학습을 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기구를 만들고, 법을 만든다고 해서 학력 수준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책은 내년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별개로 초1~고1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기초학력 진단을 하여 이를 토대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게 보충 지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진단 방법은 각 학교가 알아서 개발하고 자율적으로 학습부진 학생을 파악해야 한다.

학업성취는 학교 본연의 역할임을 잊어선 안 된다, 기초 학력의 증진은 '학력 증진 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제도 정비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기초학력 지도 교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68.6%가 기초학력 부진을 예방하는 주요시기로 '초등 1∼2학년'을 꼽았다. 기초학력 부진을 예방하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읽기, 쓰기, 셈하기 지도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교사는 학생들을 정성으로 교육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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