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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삶이 되는 교육나침반
  • 수정 2019.04.04 09:11
  • 게재 2019.04.03 13:24
  • 호수 416
  • 19면
  • 강성련 김해뉴스 독자위원·덕정초등학교 교사(report@gimhaenws.co.kr)
▲ 강성련 김해뉴스 독자위원·덕정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동화 「가끔씩 비 오는 날」이 실려 있다. '쓸모없던 못이 비 오는 날 화분걸이로 쓸모 있는 못이 되어 언제나 쓸모 있는 못이 모르는 행복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반 아이들과 이 글을 읽고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공부를 했다.

'쓸모없다고 무시하는 것은 나쁘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참 좋은 일이다. 매일 느끼는 행복보다 가끔 느끼는 행복이 더 소중한 것 같다. 능력이 없다고 차별하거나 따돌리면 안 된다. 나에게 쓸모없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쓸모 있는 존재가 쓸모없는 존재보다 반드시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수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의 이런 생각들이 그대로 아이들 삶에 녹아들기를, 그리하여 아이들이 서로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면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나가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공부가 아이들 삶에 녹아드는 교육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전통이란 이름으로 기성세대의 가치를 강요한 것은 아닌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달달 외우게 하거나 주입시키진 않았는지, 아이들이 열어갈 세상을 함부로 가늠하고 예단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빼앗진 않았는지, 정의를 가르치면서 차별과 불의에 눈을 감진 않았는지 교사로서의 삶을 반성하면서 아이들의 공부가 아이들의 삶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공부가 삶이 되는 교육, 오직 가르침 하나로 아이들 곁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교사라면 누구나 공부가 삶이 되는 교육을 꿈꿀 것이다. 왜냐하면 공부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자기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힘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교육이며 그 교육의 주체가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교육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일류 대학에 진학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언론은 해마다 서울대 진학 고교 순위를 발표해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학원과 과외에 쏟는 사교육비는 점점 더 늘어나며, 입시 코디와 컨설턴트라는 수십억 원의 자칭 교육전문가도 등장했다. 학력과 직업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돈이 되는 한 대학입시의 부정과 비리는 계속될 것이고, 이것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삶에까지 문제가 된다.

정부의 교육개혁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소수 기득권층은 대를 이어 사회 경제적 특권을 누리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교육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공부와 교육은 더 좋은 직장과 더 많은 임금과 더 높은 신분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교육의 재구성으로 공부가 삶이 되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입시교육을 넘어서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넘어서는 '공부가 삶이 되는 교육'이 절실하다.

국가경쟁력은 세계 5위지만 국제학업성취도는 중하위권인 독일의 초등학생은 알파벳을 배우고 단어를 익히는 데 1년, 기본적인 수와 덧셈, 뺄셈을 배우는 데 또 1년을 보낸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만의 방법을 찾도록 지켜보기만 한다. 경쟁 없이 행복하게 공부하는 나라, 그러나 독일의 초등학생이 반드시 따야 하는 자격시험이 있다. 그것은 아이들의 삶에 중요한 안전과 여가생활이 되는 수영 인명구조 자격증과 자전거 면허증이다. 이것이 '공부가 삶이 되는 교육'이며 독일이라는 나라의 국가경쟁력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은 늙어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삶, 살아감 그 자체가 공부라는 의미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의 연속이고, 그 문제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다. 배우고 깨닫는 것이 공부이고 삶이다. 공부가 곧 삶이고 삶이 곧 공부인 셈이다. 아이들이 하는 공부가 아이들의 삶이 될 때,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따라 진로와 미래를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하는 주체적이고 존엄한 인간으로 행복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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