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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몸도 마음도 타버렸어요"
  • 수정 2019.04.10 10:08
  • 게재 2019.04.10 10:05
  • 호수 417
  • 14면
  • 이현동 기자(hdlee@gimhaenews.co.kr)
▲ 지난 5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속초시 장사동의 한 마을에서 발을 불에 그을린 강아지 한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활동가 구호 손길에도 경계심
지역 수의사들, 무상치료지원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강원 고성의 봄은 동물들에게 너무나 잔혹했다.

지난 6일 오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찾은 고성군 토성면 인흥3리 마을은 고요했다. 평소 같으면 낯선 사람의 발소리에 우렁차게 짖었을 반려견들은 목소리를 잃은 듯 조용했다.

한 활동가가 불탄 건물 옆에 있는 우리로 다가가자 털 군데군데가 까맣게 그을린 반려견 한 마리가 멍하니 활동가들과 취재진을 쳐다봤다.

이곳에서 배 농사를 짓던 70대 주민의 '누렁이'다. 산불 탓에 집이 모두 잿더미가 된 이 주민은 "불이 붙은 집에서 너무 놀라 황급히 뛰어나오느라 누렁이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며 미안해했다.
누렁이의 엉덩이와 오른쪽 다리는 털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다행히 화상 흔적은 없었으나 화마는 누렁이의 마음을 새카맣게 태운 듯했다.

구호활동 중 건물 여러 채가 불에 타 무너진 인근 펜션에 화상을 입은 유기견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나마 피해가 적은 창고 문을 열자 그늘에 웅크린 채 몸을 떠는 유기견이 '낑' 소리를 내며 꼬리를 흔들었다. 유기견의 등은 새카맣게 탔고 검은 코는 살갗이 벗겨져 하얀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동물자유연대는 구출한 반려견들을 속초에 있는 한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겉모습만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아픈 상처들이 수의사 앞에서 드러났다.

이 동물병원에 따르면 강원도수의사회 영동북부분회(고성·속초·양양·인제) 소속 동물병원은 화재로 화상 입은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일주일동안 무상으로 치료하기로 했다.

활동가들이 원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자 한 동물병원 원장은 "내 고향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동물자유연대는 화재피해 동물 치료비 지원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으며 피해지역을 돌며 긴급구호 활동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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