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정체성 찾기 위해 떠난 여정
펭귄·타조와 함께 생활해보기도
정체불명 주인공 통해 다양성 질문


 

고기오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동물인지 모른다. 부모도 형제도 어린 시절의 기억도 없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타조·펭귄·두더지와 함께 생각하며 그 동물이 돼 생활해보지만, 번번이 구성원이 되는 데 실패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닭들을 보고 고기오는 자신이 닭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슷한 생김새와 아침이면 목청껏 외치는 습관이 자신과 같다. 닭들에게 자기도 닭이라며 같이 살자고 하지만, 닭들은 자신보다 덩치가 큰 고기오를 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고기오에게 나흘 안에 고기오가 닭임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사실 닭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외부에서 온 고기오가 부담스럽다.

고기오는 자신이 닭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큰 덩치를 이용해 먹이를 빨리 구해 어리고 약한 닭을 도와주기도 한다.

고기오는 스스로 닭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 찜찜한 점이 있다. 고기오는 다른 닭들과 달리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러나 닭들에게 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기오의 노력 덕분에 닭들은 고기오를 닭이라고 인정한다. 그 순간 갑자기 독수리가 나타나 대장 닭의 딸인 꼬꼬댁을 잡아간다. 닭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고기오는 힘차게 날아올라 독수리를 공격한다. 놀란 독수리가 꼬꼬댁을 놓치고 꼬꼬댁은 덕분에 살 수 있었다.

꼬꼬댁을 구하느라 고기오는 많이 다쳤다. 닭들은 고민에 빠졌다. 고기오를 닭으로 인정했지만, 고기오가 난다는 이유로 닭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꼬꼬댁은 필사적으로 고기오는 이미 닭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착한 고기오와 같이 살자고 주장한다.

대장 닭은 고기오를 받아들이기 위해 닭들이 모두 나는 연습을 하자고 제안한다. 고기오가 깨어나기 전에 고기오와 최대한 같아지기 위해서다.

고기오는 깨어났지만, 아직 날 수 있는 닭이 없다. 고기오가 자신은 닭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고기오와 함께 지냈던 두더지가 나타나 '고기오는 두더지'라며 고기오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사실 두더지들은 매일 많은 먹이를 구해오던 착한 고기오의 존재가 필요했다.

고기오는 고민하다가 닭 마을에 살며 가끔 두더지 마을에 놀러 가기로 한다. 고기오는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 고기오는 고기오로서 충분하다는 걸 느낀다.

작가는 정체불명의 동물 고기오를 통해 존재와 다양성에 대해 질문한다. 쉽지 않은 주제지만 친근감 넘치는 캐릭터와 유쾌한 이야기로 재미 있게 읽힌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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