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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걸친 한 ·일 외교역사 답사기책(BOOK)
  • 수정 2019.04.17 10:55
  • 게재 2019.04.17 10:53
  • 호수 418
  • 12면
  •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hyun@busan.com)



조선시대 통신사 주요경유지 58곳
40일간 답사하며 당시 외교 재조명
200년 '평화의 시대' 생생히 전달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일군 200년의 한·일 외교 이야기가 2000㎞ 통신사의 여정을 따라 생생하게 펼쳐진다.
 
신간 '통신사의 길을 가다'는 대학에서 동양 근세사를 가르치는 저자가 통신사의 길을 40일 동안 직접 따라가며 조선 시대 대일외교의 본질과 성과, 외교사적 의미를 서술한 역사답사기다. 철저한 사료 조사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만난 이들과의 인터뷰, 박물관 견학 등이 더해져 통신사 외교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무엇보다 당시 조선이 적국 일본과 어떻게 관계를 정상화하고 각종 문제를 풀어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오늘날 첨예하게 대립 중인 양국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부산에서 출발해 쓰시마와 세토나이카이, 오사카와 교토를 지나, 도쿄에 도착한 뒤, 닛코를 방문하기까지 통신사가 지나간 주요 경유지 58곳의 현장을 직접 답사했다.
 
저자는 마치 조선 시대 통신사처럼 수많은 일본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몇몇 박물관의 수장고에 직접 들러 통신사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촬영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도판을 책에 실을 수 있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도 생생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이 책은 여행기로도 충실해 400여장의 현장 사진과 도판을 싣고, 통신사가 걸었던 길을 인포그래픽 형식의 지도로 만들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한·일 양국의 정세는 여전히 불안했다. 통신사 파견은 일본 통일 후 국내 안정이 필요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 바쿠후가 먼저 요청했지만, 일본의 동향을 살펴야 했던 조선도 이를 필요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양국 정부가 함께 만들어낸 산물이 바로 통신사였다. 결과적으로 통신사는 1607년 처음 파견된 이후 총 12번 일본을 오가며 선린우호의 정신으로 양국 간 200여 년의 평화 시기를 열었다. 통신사는 양국 사이에 평화로운 공존을 일궜던 '수훈갑'이었다.
 
통신사가 일본에 다녀오는 데는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렸다. 통신사 일행이 길에서 수많은 막부 관료와 일본인을 만나고 시서화를 나눠 가진 일은 그 자체가 폭넓은 외교 행위였다.
 
제1부는 부산에서 하카타까지의 여정이다. 통신사는 쓰시마에서는 조선과 일본의 중재자 역할을 한 쓰시마번주를 만났는데, 저자는 쓰시마번과 조선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쓰시마는 조선의 한 고을 같다. … 조정의 녹을 먹으며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명령을 받으니 우리나라애 대해 번신의 의리가 있다."
 
제2부는 시모노세키에서 고베까지의 여정을 다루고 있는데, 통신사 일행이 일본 내해인 세토나이카이를 지나며 극진한 대접을 받았음을 생생히 묘사한다. 특히 일본의 유력자들이 통신사를 찾아와 글과 그림을 받아가기도 했지만, 이는 양국 관리들이 서로를 탐색했던 외교 행위의 일환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제3부는 오사카에서 세키가하라까지의 여정인데, 나카센도(中山道)를 따라 걸었던 통신사 일행이 교토의 번화함과 비와호(琵琶湖)의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음을 전한다. 저자는 교토에서 통신사가 묵었던 여러 사찰을 답사했는데, 규모가 큰 사찰이라면 대부분 통신사에 관한 기록이나 유물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이총(耳塚)이 있는 사찰도 있었지만, 통신사는 여기에 묵기를 거부함으로써 항의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제4부는 오가키에서 미시마까지의 여정인데, 통신사 일행이 나고야부터 일본의 5대 가도(街道) 중 하나인 도카이도(東海道)를 따라 걸었음을 밝힌다. 일행은 에도로 향한 이 길을 따라 걸으며 후지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아라이관소를 지나기도 했다. 저자는 도카이도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대표적 우키요에 화가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그린 '도카이도 53차'를 실었다.
 
제5부는 하코네에서 닛코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통신사 일행은 에도를 지키는 마지막 관문인 하코네관소를 지나 에도에 도착, 장군을 알현하고 국서를 전달하고 답서를 받는다. 일행은 장군이 요청한 마상재를 공연하고, 이에야스의 사묘가 있는 닛코에 참배하는데, 이 모든 일정이 모두 외교전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6부는 우여곡절 끝에 귀환하는 통신사의 모습을 전한다. 통신사 일행 중에는 병에 걸리거나 해로에서 폭풍에 휘말려 죽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일본인에게 살해당한 이도 있었으니, 제 11차 통신사 도훈도(都訓導) 최천종이 그 사람이다. 당시 통신사 정사 조엄이 일본에 엄중히 항의해 결국 범인을 잡아 참수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국제 외교가에는 '외교의 아름다움은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상대방의 전략을 바꾸는 데 있다'라는 말이 전해진다"며 "우리는 지금 역사의 어느 기점에 서 있는가"라고 묻는 것으로 이 책 집필의 의도를 밝힌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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