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공원

백 미 늠

여보
우리 기차공원에 그네 타러 갈까
연애시절에도
타보지 못한 그네
지금이라도 같이 타보고 싶네

창공을 차고 올라 볼까
하지 못한 말들은 무지개가 되고
말하지 않아도 꽃이 필 것 같아
떠났던 기차가 돌아와
그리운 얼굴들을 내려주면
노을에 물드는
저녁하늘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추억에게 그네를 내어주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오자


<작가노트>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기다리지 않아도 기대하지 않아도
언제나 좋은 봄, 봄만 좋을까
매일 매일이 새롭고 경이롭다.

우리집 앞이 공원이 되었다. 레일 파크라 부르지만 105년의 역사를 간직했던 진영역에 깊이 내장된 추억과 애환이 무색하여 혼자 기차역 공원이라 부른다. 기차역이 설창으로 이전해 가고 폐역이 되기 오래 전 마음이 신산한 날이면 육교에 올라 달리는 열차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곤 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지친 날이면 혼자 기차를 타거나, 아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한림 삼랑진 밀양 청도 경산을 지나 동대구역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동그라미 일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진영역은 열차소리만큼 소용돌이치던 시대사와 가족사 개인사를 안고 달리고 돌아오고 했다.

봄이 되자 일제히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네를 타며 예쁜 미소와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공원이 된 기차역으로 산책을 나가는 남편을 따라 나선다.
 

▲ 백미늠 시인


·2006년 낙동강 여성백일장 산문 우수상
·2008년 <문학공간>시부문 신인상·<새시대 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2012년 제1회 울산전국문예전 시조부문 대상
·현 김해문인협회·구지문학 동인·한빛독서회 회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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