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70년대 프랑스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전시는 '살롱(Salon)이었다. 1863년 이 살롱에서 낙선한 작품들은 4000점에 이르렀다.

이때 낙선한 마네를 필두로 한 화가들은 심사위원회의 심사기준에 거세게 항의했다. 나폴레옹 3세는 그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낙선자 살롱'을 개최한다.

이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작품 평가를 특성 심사위원이 아니라 재야의 비평가와 관객에게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식 전시에서 낙선했던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다.

'현대미술의 여정'은 이처럼 기존 질서를 타파하고 새 지평을 열어온 화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 화풍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고 변화를 모색한 분투기이다.

그 선두에 구스타 브쿠르베(Gus tave Courbet, 1819~77)가 있다. 쿠르베는 "보이지 않는 천사를 아름답게 그리는 일보다 화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며 사실주의의 문을 연다. 그의 회화에는 매끈한 피부를 드러낸 에로틱한 누드를 볼 수 없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도 없다. 대신 빈민, 노동자, 동성애자, 여성의 성기(세상의 기원)가 솔직하게 표현되었다.

평면의 종이 위에 대상을 재현하는 것은 원천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 추상 형식이 뒤를 이었다. 세잔의 '생빅투아르산' 시리즈는 전통의 원근법을 무시하면서 캔버스의 평면성을 탐구한 작품들이다.

20세기 들어 유럽 사회는 급변한다. 노사 대립이 심해지고, 사회 부패를 향한 청년들의 저항이 폭발하고 있었다. 미술도 이 움직임에 동참한다. 1905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다리파(Die Brucke)가 그렇게 등장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이성의 도구적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미술도 정확한 계산, 이성적 판단, 과학적 논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본능적인 충동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추상표현주의가 시작된다. 이 세상에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강박증을 버리고 복제와 차용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도 얼굴을 내민다. 이 책의 저자는 세상과 동 떨어지지 않는 현대미술의 발자취를 세밀히 좇고 있다.

 부산일보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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