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놈 촘스키(Noam Chomsky). 그는 언어학자를 넘어 탁월한 역사가, 정치운동가, 사회비평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24년생으로 90대에 접어든 지가 한참 지난 이 노학자는 평생을 시대정신의 이해와 그에 대한 합리적 비판에 천착해 왔다. 이를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에게 책임과 용기를 가질 것을 강조해왔다.

원제가 'Master of Mankind'(인류의 주인들)인 이 책은 전쟁 테러 종교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촘스키의 견해를 아우른다. 7편의 글은 짧게는 20쪽 미만, 길어야 50여 쪽 정도로 간결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촌철살인의 글들은 내용의 밀도와 무게에서 촘스키의 다른 저서들만큼이나 단단하고 무겁다.

촘스키는 책에서 '인류의 주인'을 자처하는 강대국과 권력자, 재계와 학계가 항상 '예외적인' 위치에서 자신을 규정한다고 비판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온갖 핑계와 자기 합리화는 결국 진짜 주인이어야 할 대부분의 국가와 시민들에게 유무형의 폭력으로 작용한다고 폭로한다. 특히 촘스키는 전 지구적 문제로 등장한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해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일관되면서도 안일한 태도가 인류의 장래를 어둡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런 행태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은밀한 동맹' 또한 환경 파괴를 더욱 가속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부산일보 박진홍 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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