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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건축물로 본 로마 '흥망성쇠의 비밀'책(BOOK)
  • 수정 2019.04.30 19:29
  • 게재 2019.04.30 19:24
  • 호수 420
  • 12면
  •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hyun@busan.com)


토목·건축 관점서 로마 실체 접근
엔지니어 시각으로 유형 유산 고찰
발전적 시스템, 현재도 유효한 가치



엔지니어가 쓴 로마 흥망성쇠 이야기 '빵과 서커스'가 출간됐다. 책 제목 '빵과 서커스'는 고대 로마제국의 권력자들이 시민들에게 제공한 식량과 오락 등 휴식거리를 가리키는데 고대판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행태로 볼 수 있다.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로마제국의 영광과 쇠락을 당시의 건축·교량·도로·상하수도·원형극장과 경기장·공공 목욕탕과 종교시설 등 현재 남아 있는 유형 유산을 통해 고찰한다. 이들 시설과 건축물은 로마를 융성하게 만든 하드웨어적 위업으로 저자는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로마 흥망성쇠의 내적 비밀을 풀어 나간다.

세계적 교각으로 평가받는 세토대교 등을 설계·시공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접목시켜 토목·건축의 관점에서 로마의 실체에 접근한다. 이를 통해 로마를 로마이게 한 요인들과 이 같은 요인들이 사라지게 된 원인 등 로마의 발전과 몰락의 파노라마를 새롭게 복원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찬란한 문화와 문명, 과학기술로 군림한 대제국이 멸망함과 동시에 '암흑의 중세'가 시작된 역사의 아이러니도 추적한다. 본문과 어우러지는 120컷 이상의 컬러 도판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로마는 2000년 전에 이미 인구 100만의 대도시를 운영하고 유지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만약 476년에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저자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은 책 전체를 관통하며 읽는 이의 호기심에 답한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1788)가 출간될 때까지 무려 1300년 동안 로마제국을 넘어서는 나라는 서양 세계에 없었다. 기번이 말한 것처럼 "세계 역사상 인류가 가장 행복한 시대"였던 로마는 과연 어떻게 실현될 수 있었을까?

로마제국은 현대 사회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안고 있었다. 현대 사회의 물질적 번영의 한편에 나타나고 있는 대도시 인구 집중과 과밀화,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의 기피, 정치적 포퓰리즘, 난민 문제 등은 고대 로마제국에서도 양산된 현상이었다. 실제로 로마제국 시대에도 오락과 쾌락의 자극이 넘치는 도시로 많은 인구가 집중되는 가운데 저출산, 지방의 쇠퇴, 농업 생산의 감소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그 결과 제국의 세수가 감소해 국력이 약해졌는데, 이 같은 현상은 현대 국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로마제국은 이런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수백 년간 그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빵과 서커스'의 포퓰리즘 속에서 시민들이 나태하고 타락했는데도,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수도인 로마뿐만 아니라 변방의 속주에서도 같은 수준의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또 그렇게 번영을 누렸던 로마제국은 왜 멸망한 것일까? 그리고, 멸망한 뒤에는 무엇을 남겼을까? 이 같은 의문을 풀어 나가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해 2000년을 견뎌낸 로마의 유형 유산을 통해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풍상을 견디고 살아남은 구축물과 복구물, 인위적 파괴와 자연재해를 면한 로마의 유형 유산들이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세계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는 수많은 건축물과 방대한 지식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물들, 문화 정보가 담겨 있는 공공 욕장과 원형 극장과 경기장,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려주는 가도와 상수도 등 로마제국의 영역에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유산들이 책 속에서 또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주변 수많은 나라에 고대 로마 관련 세계유산들이 산재해 있지만, 특히 로마제국 멸망 이후 소외됐던 터키와 아프리카 지역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로마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사실이 흥미롭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의 상황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마침내 우리는 로마가 번영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문서화·표준화와 같은 정보관리, 원천 기술의 개발과 전승과 네트워크 구축 등 기술관리 측면의 위업들이다. 이와 같은 발전적 시스템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선진적이고 찬란했던 로마 문명이 왜 중세의 '암흑기'로 되돌아 갔을까? 이 같은 호기심이 발동한다면, 이 책은 꽤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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