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바리스타 전주연 씨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세계 각국 3000 명 제치고 1위
커피 원두 과학적 접근해 호평



김해출신 바리스타 전주연(32·부산 모모스커피 이사) 씨가 지난달 11~14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올해 20회째를 맞은 이번 WBC에는 55개 국 3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전 씨는 유럽·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쟁쟁한 바리스타들을 제치고 세계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 대회에 처음 도전한 이후 10년 만에 세계최고의 바리스타 자리에 오른 것이다.

전 씨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14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는 "커피성분 분석표를 연구하다 단 맛에 탄수화물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원두 속 탄수화물과 단맛의 관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전 씨는 대회에서 5명의 심사위원들에게 15분 동안 에스프레소·밀크음료·창작음료를 각 4잔씩 총 12잔 제공하면서 자신만의 커피 철학과 주제를 영어로 완벽하게 설명했다. 시연도 기존 프레젠테이션 방식에서 벗어나 심사위원들을 낮은 테이블에 앉히고 고객에게 서비스 하듯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는 "발표를 끝내기까지 약 1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을 한국에서 77번, 보스턴 현지에서 10번 정도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커피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가진 전 씨도 처음부터 커피를 좋아하고 잘 만들었던 건 아니었다. 그의 원래 꿈은 유치원 교사였다. 대학 전공도 사회복지학이었다. 그러던 지난 2007년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만났던 커피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바리스타를 직업으로 선택한 건 2009년이었다. 당시 WBC 한국대표 이종훈 바리스타의 대회영상을 우연히 접한 전 씨는 이를 계기로 대회 도전을 결심했다. 이후 약 10년 간은 연습의 반복이었다. 김해 본가를 나와 직장 근처 작은 아파트에 살며 TV·친구까지 끊고 오직 일과 커피 공부에만 집중했다.

그는 "처음에는 커피 향이나 맛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좌절도 많이 했다. 그래서 영어단어를 외우듯 향과 맛에 대한 표현을 모조리 외웠다. 지금은 커피 세 잔을 마신 후 다시 섞어놓고 마시면 구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10년 전 다른 바리스타를 롤 모델로 삼아 공부했던 전 씨는 이제 당당히 세계최고의 자리에 올라 누군가의 우상이 됐다. 그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좋아해서 선택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길 바란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꿈이 실현되는 시기가 온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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