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거짓에 끌리는 이유
'탈 진실' 사회 문제점 조명’
“제대로 된 미디어 지원해야”

우리는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모호해진 사회에 살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그러한 현상이 점점 굳어졌다. 탈(脫) 진실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이나 서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심각한 문   제를 만들고 있다. 대중은 논리적 근거나 과학적 증거를 지닌 사실보다 감정적 동질성을 지닌 '추측성 의견'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는 지난해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상륙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난민을 받아들이면 이슬람 극단주의가 한국에도 자리 잡게 된다'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는 성범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식의 근거 없는 가짜 뉴스들이 공포심을 조장했다. 이로 인해 난민 배척이 지지를 받았다.
 
'포스트트루스'는 거짓 정보가 어떻게 사람들을 유혹하고, 왜 사람들이 진실이 아닌 정보에 현혹되는지를 살펴본다. 또 탈 진실 사회와 가짜 뉴스의 뿌리와 문제점을 파헤친다. 책 제목인 포스트트루스(Post-truth)는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상'으로 국내에서는 '탈 진실'을 일컫는다.
 
탈 진실이라는 신조어는 옥스퍼드 사전의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지목되었다. 랠프 키스가 2004년 발간한 '탈 진실 시대: 현대 생활에서의 부정직과 기만'에서 유래됐다. 2016년 미국 대선과 영국 브렉시트 등의 굵직한 정치 사건 덕분에 현대사를 규정하는 대표 개념의 지위로까지 급격하게 부상했다.
 
저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꾸며낸 뉴스'를 가짜 뉴스로 정의한다. 2016년 미국 대선에 나타난 가짜 뉴스는 대부분 발칸 지역을 비롯한 동유럽에서 생성됐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11월 25일 "가짜 뉴스 공장의 실태 '다 돈 때문이죠'"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는 조지아공화국의 트빌리시에 사는 대학생 라차비제가 등장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라차비제는 구글 광고를 이용해 돈을 벌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를 올리고 돈이 들어오기를 기다렸지만,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라차비제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를 써 봤고 이번에는 이윤이 제대로 남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라차비제는 계속해서 힐러리를 비난하고 트럼프를 두둔하는 이야기를 지어냈으며 수천 달러를 벌었다. 가장 수익이 높았던 기사는 순전히 소설에 가까웠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멕시코 정부가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라차비제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었으며 단지 돈을 벌려고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정보 대혼란은 더 심화되었다. 인터넷상에서는 사실과 의견이 뒤죽박죽 섞여 무슨 정보를 믿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여과 장치도, 검증 장치도 없는 미디어를 이용하는 오늘날의 시청자들과 독자들은 순전히 당파적인 의견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출처와 팩트를 체크하는 일이다.
 
저자는 가짜 뉴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방관하지 말고, 우리의 인지 편향을 잘 이해하며, 더 나은 뉴스 미디어를 위해 제대로 된 미디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때 탈 진실 시대를 극복할 수 있으며 진실을 수호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부산일보=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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