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편집위원 이재돈

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와 역경 속에서 나랏말인 한글을 꾸준히 지켜 왔으며,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것을 우리 겨레는 물론 세계인들도 잘 알고 있다. 한글은 창제 연대와 창제자가 분명히 밝혀진 세계 유일의 문자로서 과학적인 원리에 의하여 만들어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소리글자이다. 또한 오로지 백성을 위한다는 민주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한글의 창제 정신이 더욱 위대한 것이다.

한글은 지난 해 10월 '제2회 세계 문자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는 문자의 기원, 구조와 유형, 글자의 결합 능력, 독립성 및 독자성, 실용성, 응용 개발성을 모두 따졌을 때 우리 문자가 가장 쓰기 쉽고 배우기 쉽고 어휘가 풍부해서 받은 상이라고 한다.

방탄소년단 활약 등의 한류 열풍과 함께 우리말을 배우고자 하는 나라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현재 28개국에서 약 12만 5000여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세계의 각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제2외국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이것은 우리말의 힘과 위대함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국적 불명, 정체불명의 신조어가 인터넷은 물론 TV 오락프로그램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언어의 혼돈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현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사회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신조어는 어느 시대에나 출현해 왔으며 언어의 변화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신조어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으며 사회 현상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주로 젊은 청소년들이 사용하고 있는 신조어를 살펴보면 국적불명의 외국어의 남용과 비속어, 은어 등이 속된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한편, 의사소통을 하는데 있어서 큰 장애를 주기 등 때문에 우리말의 미래가 매우 걱정스럽다.

'방가방가', '남친 여친', '혼밥', 'ㅋㅋ', 'ㅎㅎ' 등의 단순한 줄임말 형태의 신조어에서 시작하더니 '된장녀, 김치녀', '한남충'등의 상대방을 비하하는 신조어, '갈비=갈수록 비호감', '얼빵=못생긴 사람' 등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신조어 등은 언어 폭력사태를 양산하고 있다. 급식을 먹고 자란 세대들이 사용한다는 이른바 급식체는 '커여워=귀여워', '댕댕이=멍멍이(강아지)' 등 한글 파괴형의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영어 단어나 문장은 바로 쓰기 위해 신경을 쓰면서도 정작 우리말인 한글 맞춤법이 틀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언어 현실, 한글을 바르게 쓰기 위한 경필쓰기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진 학교 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요즘 우리는 세대와 생활환경이 각각 다른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국적과 정체가 불분명한 수많은 신조어로 인하여 같은 나라의 국민들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줄인 말은 어른들이 못 알아듣고, 어른이 줄인 말은 아이들이 못 알아듣는 불편한 언어생활을 겪고 있다.

나라말은 민족의 정서와 역사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시대 상황에 조금씩 변화, 발전되어 왔으며 민족의 정체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 남용되고 있는 정체불명의 신조어는 한글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으며, 아무런 제재도 없이 인터넷이나 대중매체를 통하여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 또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혐오신조어를 아무런 생각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낙인을 찍는 일탈된 언어를 재미있는 언어 놀이 정도로 착각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으며 언어폭력으로 인한 학교 폭력의 주요인이 되고 있어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신조어가 표준어의 범주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글 맞춤법의 틀 안에서 자연스러운 언어 변화 현상으로 나타나야 한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각종 대중 매체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신조어 사용에 대한 적절한 기준과 규제가 필요하며, 우리 국민들은 물론 한글 단체와 언론에서는 아름답고 맛있는 우리말을 바로알고 한글을 사랑하는 사회 풍토를 조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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