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사회학 시리즈 '첫걸음'
국내 사회과학계 신선한 자극



1897년 출간한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은 사회학의 새 지평을 여는 사건이었다. 흔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던 자살마저도 사회적 현상으로서 사회적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사회학은 오귀스트 콩트가 문을 연 학문이다. 그는 뒤르켐이 태어나기 약 6개월 전에 세상을 떠난 최초의 사회학자였다. '자살론'은 그런 사회학이 엄밀한 경험적 실증과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중요한 저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사실을 사물처럼 간주하고, 사회적 사실을 다른 사회적 사실을 통해 설명하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가능성을 대외에 과시한 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살론'은 유난히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 현실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 행정 당국은 혹시나 청소년이나 성인의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고 있지나 않은지 반성해볼 일이다.

'에밀 뒤르케임: 사회실재론'은 이처럼 뒤르켐을 실질적으로 사회학을 창시한 인물로 보는 경향을 지닌다. 사회를 실재하는 것으로 보고 그것을 향해 합리주의적·실증주의적으로 접근하는 패러다임을 낳은 지적 거장으로 뒤르켐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저작인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을 '과학적 사회학의 선언'으로 평가한 내용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도 저자 김덕영 교수의 그러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뒤르켐에게 배울 점을 제시하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그중 하나로 한국의 이기적 개인주의를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세계주의적인 뒤르켐의 도덕적 개인주의에 비춰 보길 권유하고 있다.

'에밀 뒤르케임: 사회실재론'은 독일에서 활동 중인 김 교수가 앞으로 걸을 20년 지적 대장정의 첫걸음이다. 그는 뒤르켕을 포함해 13명의 사회학 거장들을 연이어 다룰 계획이다. 거기에는 피에르 부르디외, 카를 마르크스, 위르겐 하버마스, 탈코트 파슨스, 게오르그 짐멜 등 인류의 지적 여정에 거보를 내디인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김덕영의 사회학 이론 시리즈'로 출간할 이 저작들은 학문의 기본이 되는 이론이 약한 한국 사회과학계에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사회학에 국한되지만, 이러한 도전이 '학문의 이론 생태계'를 조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기획인 셈이다.

부산일보=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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