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결혼식 주례를 서온 ㈔대한노인회 김해시지회 김호덕 회장이 미소를 보이며 지나간 시간을 회고하고 있다.

13대째 살고 있는 김해토박이
한 달에 두 번 꼴로 주례 요청
사례비 모아 불우이웃돕기도

"내 주례사를 듣고 결혼한 부부가 몇 쌍이나 되냐고? 셀 수도 없지. 합동결혼식을 올리면 수십 쌍이 한꺼번에 혼인을 하는데 그걸 어떻게 기억해?"
 
시원시원한 인품과 유머를 가진 ㈔대한노인회 김해시지회 김호덕(82) 회장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김해의 대표 주례자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그는 특히 경제적 사정이나 기타 사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생활하는 동거부부, 노인부부, 다문화가정부부 등의 합동결혼식 주례를 오랫동안 서 왔다.
 
"아무나 주례자가 될 수 있는 게 아냐. 우선 다른 가정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화목한 가정을 일궈내야 하는데, 살아가다 보면 그것조차 쉽지가 않지. 하지만 내 가정도 못 이끄는데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겠나? 그래서 사람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가정이라고 말하는 걸세."
 
김 회장은 지난 5일 올 한 해 동안 주례를 서고 모아온 사례금 100만 원을 김해시 주민생활지원과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됐다. 김 회장의 선행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거의 매년 주례 사례금과 노인대학 강의료 등을 모아 꾸준히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해 왔다.
 
"2002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공인 주례자격증도 있어. 요즘도 한 달에 2번 정도는 주례를 서고 있는데 특히 봄이 되면 시청에서 주례를 서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와."
 
김 회장은 1929년 김해시 명법동에서 태어나 1985년 김해문화원 이사로 재직하면서 6년간 가야향토사연구에 참여했으며, 김해김씨 가락중앙회 종무부장과 숭안전 참봉 등의 활동을 해 왔다.
 
"400년 전부터 내 조상들이 명법동에서 살아왔지. 벌써 13대째야. 내 증손자까지 여기서 태어났는걸. 요즘 2살짜리 증손자 재롱 보는 재미로 살아."
 
그는 2008년 ㈔대한노인회 김해시지회장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사무실이 있는 봉황동 김해시노인복지회관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해도 40분이나 걸리는 거리다. 주변 사람들은 단 한 번의 지각없이 매일 8시 반이면 사무실로 들어오는 김 회장의 부지런함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젊었을 때 테니스를 즐겼지. 지금이야 테니스가 활성화 돼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만 과거만 하더라도 멋쟁이들만 즐기는 고급 스포츠였어. 젊었을 때부터 몸에 밴 활동적인 생활습관이 지금까지도 내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것 같아."
 
김 회장은 대한노인회에 몸 담은 이후 김해지역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여가활동과 경로당 관리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현재 김해는 65세 노인인구가 3만7천 명이야. 아마 2030년이 되면 김해의 노인인구는 지금의 배가 넘을 거야.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노령화사회 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겠지만, 이제는 노인 각자가 여가생활과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김 회장은 취미로 서예를 하고 있다며 사무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붓글씨를 소개했다. '진실에 저항하는 거짓은 힘이 없다' 김 회장이 2년 전 직접 쓴 글로 시원시원한 필체가 느껴진다.
 
"내 좌우명이기도 하지만 기자양반이 더 명심해야 될 문구인 것 같구먼. 보아 하니 총각인 것 같은데 이 글의 뜻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주례를 서 줄 테니 장가갈 때 연락해주구려." 김 회장이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