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각작가 우천 강숙자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여러 서각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2014년 처음 작품 활동 시작
 국전·전남도전 등 대회 입상도
"서각예술 대중화 앞장설 것"



"우울하고 힘들었던 제 삶은 서각예술을 접한 뒤로 180도 달라졌습니다. 작업에 몰두할 때 느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많은 사람들이 저의 작품을 통해 서각의 매력을 느끼고 서각예술이 더욱 대중화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각예술'이란 나무판을 파내 글씨·그림·무늬를 새기는 전통예술의 한 종류다. 시·글귀·그림 등에 조각·서예·회화적 요소들을 결합해 나무에 담아내면서 작가 자신의 정신세계와 철학을 표현한다. 국보 제32호인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서각작품의 일종이다.
 
팔만대장경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서각'이라는 예술 분야는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생소하다. 서각작가 '우천'(又泉) 강숙자(53)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각예술의 존재조차도 잘 알지 못하던 평범한 자영업자였다.
 
김해 내동에서 '수정부동산'을 운영하는 강 작가는 지난 2014년 서각예술을 처음 접했다. 친구들과 함께 김해 삼방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러 갔다가 서각작품을 마주하게 된 것. 결과적으로 이 날은 강 작가의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는 "서각작품에서 다른 미술품에서는 못 느꼈던 강한 끌림을 느꼈다.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각예술로 유명한 '유천 박성화' 선생을 다짜고짜 찾아가 서각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강 작가는 무서운 속도로 서각 기술을 습득했다. 본업도 잊은 채 하루에 10시간씩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예술에 소질도 있었던 그는 남들보다 몇 배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이듬해인 2015년 한양예술대전에서 최우수작가상을 수상했다. 서각을 시작한지 단 1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이후에도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통일미술대전' 우수상, '전라남도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굵직한 미술대전을 휩쓸며 일약 서각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강 작가는 "김해에 오래 살면서도 경상남도나 김해서 열리는 대회에는 거의 나가지 못했다"며 "올해는 경상남도미술대전, 김해예술제 등 지역을 대표하는 대회에서 입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각작품은 하나를 완성하는데 최소 일주일이 걸리는 데다 강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강 작가는 이러한 육체적·정신적 노동 과정이 오히려 서각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업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면 잡생각을 하지 않게 돼 4시간 정도는 훌쩍 가버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보면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서각예술을 몰랐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지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모든 예술이 그렇듯 서각 역시 창작 욕구를 끝없이 자극한다. 경력도 아직 5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 너무나 많다"며 "10년, 20년 후를 바라보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서각의 아름다움을 알려 서각예술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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