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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준을 가늠하는 한 잣대 : 약자에 대한 배려나침반
  • 수정 2019.05.22 10:08
  • 게재 2019.05.22 10:03
  • 호수 423
  • 11면
  • 강미경 김해뉴스 독자위원·우리동네사람들 간사(report@gimhaenews.co.kr)
▲ 강미경 김해뉴스 독자위원·우리동네사람들 간사

한동안 '나라별 중산층 기준'이라는 자료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며 여기저기 퍼 날라졌는데, 그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직장인 설문조사에 근거한 우리나라 기준은 '부채 없는 30평 아파트, 월5백만 원 수입, 2천cc급 중형차, 1억 가량의 예금 잔고, 연1회 해외여행'이 최소한의 조건으로, '개인의 소득수준'에만 편중된 구체적인 수치가 눈에 띈다. 한편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의 기준은 '부정·불법·불의에 대한 저항,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꾸준한 봉사활동, 정당한 대결, 자신의 주장과 신념, 독선적이지 않은 행동, 비평지 정기구독, 외국어 구사, 스포츠 활동, 악기 연주, 독창적인 요리방법' 등으로, 대체적으로 '사회 문화적 의식수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사뭇 다르다. '가진 자의 교양과 책무라는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선진국에 비해 '물질적 가치'만 따지는 우리의 이러한 모습에서, 경제적으로는 GDP 세계 순위 10위권 대열을 넘보지만 선진국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는 자괴감이 기인하는지 모른다.

나라의 무게중심인 '중산층'에 대해 갖는 이렇듯 균형 잡히지 못한 인식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수준'을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하나,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척도로 바라볼 때 착잡함은 한층 더해진다. 비기득권층, 비주류, 소수, 피보호자, 약자라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습관화된 무관심이나 무시나 차별을 넘어 불만을 배출할 손쉬운 핑계거리나 책임 전가의 대상 혹은 폭력과 살인 등 범죄의 희생물로 삼는 경우가 최근 점점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붕괴나 정신병 관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명확히 구분되는 다른 문제라 논외로 하고, 3주기를 맞는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인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유사 범행들은 단순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왜곡되고 물화된 여성관에서 빚어진 '약자 표적 범죄'다. 고 장자연씨, 김학의, 버닝썬게이트 등과 연루된 권력층 성범죄사건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격살인이다.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아동 학대 및 살인사건들, 거제도 폐지 할머니 살인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역시, 연약한 아동·노인·여성·장애인 등을 일부러 골라 실행한 계획범죄이다.

그렇다면 범죄자가 아닌 우리들은 어떤가? 사회적 약자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가? 가정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아이들을 부모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소유물처럼 여기진 않았는지. 미성숙하니 보호한다는 핑계로 학생들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억압하진 않았는지. 한때는 사회의 주역으로서 우리를 양육했던 노인들을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하거나 버스 좌석에 앉아 모른 척 눈감지는 않았는지.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연대는커녕 묵인하지는 않았는지. 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적 불편과 심각한 문화소외에 진정 마음을 써본 적이 있는지. 우리 누구도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서열이 엄격하다는 동물세계에서조차 약한 동료를 챙기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하물며 인간사회에서 그러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며, '약자에 대한 배려'의 정도가 곧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 잣대가 된다. 또 강남역에 붙은 '우리는 오늘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문구처럼, 사회적 약자는 '상대적 개념'으로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고 언젠가 섰을지도 모르는 자리임을 잊지 말자, 공동체 구성원 누구도 소외됨 없이 '함께' 꿈꾸고 누리며 각자의 유효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바꿔나가는 일에 감수성을 지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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