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알 것은 다 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와 관련하여 '정치인보다 국민들이 더 잘 안다'고도 말한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국민을 잘 살게 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할 방안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사리사욕 때문에 국민을 잘 살게 할 정책을 강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과연 알 것은 다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정치인들이 국민을 잘 살게 할 방안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사리사욕 때문에 그 방안을 강구하지 않아서 국민을 잘 살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경제 침체와 관련하여 정치인들이 그 해법을 모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인들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문가들조차 올바른 해법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켜 왔는데도 그 누구도 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대량실업과 소득양극화가 구조화하고 있는데도 올바른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허황된 공약이 난무할 뿐이다. 산업의 정보화 곧 자동화로 전통적 개념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도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이면 누구나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선거 때 '대통령이 되면 1년에 60만개 씩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공약했으나 전통적 개념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뿐이다.

요컨대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도 경제를 회생시킬 방안을 내놓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 '경제가 이렇게나 어려운데 경제학자들은 다 어디 갔나'라는 힐난이 신문에 자주 오르내린 것도 이런 사정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한동안 '사회적 합의(Social Corporatism)'를 통해 정보화에 따른 노사갈등을 잘 극복함으로써 경제가 안정되어 있는 듯했던 서유럽 복지국가들조차 최근 들어 경제 침체와 더불어 엄청난 사회갈등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선진공업국 모두가 엄청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데도 그 어느 나라도 이를 극복할 방안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으로 연명하고 있으나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 경제침체를 극복할 근본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15년'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장기불황을 겪고 있으나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지난 해 6월 한국경제TV가 주최한 '세계경제금융컨퍼런스'에서 발제한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폴 크루그만교수가 "나도 경제침체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 일이 있다.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하고, 뉴욕타임즈 인기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세계적인 경제학자조차 경제 침체의 해법을 모르겠다고 실토하는 실정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즈음 한 원로 경제학자에게 "크루그만 교수는 경제 침체의 해법을 모르겠다고 말하던데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알고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고민도 안 할 거요"라고 말씀했다.

왜 그럴까? 경제가 이토록 어려운데 왜 경제학자들조차 경제 침체의 해법을 모를까? 그것은 오늘날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 침체가 문명의 전환 곧 정보문명시대의 도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인데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의 정보화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정보통신수단의 발달로 대중정치역량이 강화되는 정보문명시대에는 인류가 누릴수 있는 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나 정보문명시대에 맞는 이념과 정책을 강구하지 못함으로써 경제침체는 물론 온갖 종류의 사회갈등으로 사회가 붕괴하고 인생이 파탄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대를 맞고서도 이를 이룰 이념과 정책을 알지 못해 경제 침체는 물론 사회붕괴로 치닫고 있는 지금 과연 '알 것은 다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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