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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독립만세' 이제서야 목놓아 외칩니다포커스! 이 사람
  • 수정 2019.06.11 15:24
  • 게재 2019.05.28 16:36
  • 호수 424
  • 8면
  • 조나리 기자(nari@gimhaenews.co.kr)
▲ 김광호 김해3·1운동 기념사업회장이 조부인 김정태 지사와 가족들의 삶을 회상하며 설명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조부 김정태, 진영 만세운동 주도
부친은 반국가 내란죄 몰려 옥고
국가상대 소송 승소로 누명 벗어



지난 3월 1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해시 봉황동 문화체육관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해시장을 비롯해 김해지역 정치인과 시민단체 관계자, 시민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김해3·1운동 기념사업회 김광호 회장은 제일 앞자리에서 감격에 겨워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김 회장의 조부는 진영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김정태 애국지사다. 진영의 독립운동은 100년 전 3월 31일 발생했는데 당시 면사무소 서기로 재직 중이던 김우현이 신문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같은 마을 청년인 김정태, 김성도, 김용환 등과 함께 2000명 규모의 만세 운동을 이끌었다. 포목상을 운영하던 김정태는 천 등을 대고 동지들과 함께 밤새 태극기를 만들었다. 그는 만세운동으로 1년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오랜 시간 후 광복을 맞았지만 가족의 비극이 시작됐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극우 반공주의 청년단체인 '서북청년회'가 김정태 지사를 비롯한 민간인 200여 명을 생림면 나밭고개 인근의 한 창고에 가두고 학살한 것이다.
 
이후 김 회장의 아버지 김영욱 씨는 부친 김정태 지사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앞장섰다. 김 씨는 10년 후인 1960년 학살현장에서 김정태 지사의 유해를 찾았다. 그러자 유해 수습을 못했던 이웃들이 '함께 거둬 달라'고 사정했다. 당시 진영에서 내로라하는 부자였던 김 씨는 자비를 들여 유해 251구를 발굴, 진영읍 포교당에 안치하고 합동 위령제를 올렸다.
 
김 회장은 "당시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위령제 행렬 앞에서 상복을 입고 할아버지의 사진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김영욱 씨의 의로운 행동은 이적행위로 간주됐다. 김 씨가 유해를 수습하고 위령제를 지낸 251명 중 '간첩'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재산은 몰수를 당하고 '반국가 단체 결성 및 내란 음모죄'로 서대문형무소에서 2년 7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에도 '빨갱이' 낙인으로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고, 수차례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매질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아버지가 길거리에서 초주검이 돼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가세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울다 보니 우리 형제들은 교육을 받을 수도, 배불리 먹을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김영욱 씨는 포기하지 않고 민간인 학살사건 진상 규명에 온 힘을 썼고, 김정태 지사는 1990년 건국훈장을 받게 됐다. 김 회장 역시 아버지에 이어 억울한 불명예를 씻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김영욱 씨 사망 이후인 2011년 대법원에서 그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무죄 판정이 났으며, 2014년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해 몰수된 재산의 일부를 돌려받았다.
 
김 회장은 "나라를 위해 희생했지만 오히려 나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그동안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라에 대한 원망도, 상처도 많았다. 누명이 풀리기 전까지는 태극기도 달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3·1운동 100년을 준비하며 진영을 비롯한 김해 독립운동 재조명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후 지난 2월 김해 최초의 독립운동 학술대회가 열렸고, 3월 1일 합동 기념식도 열렸다. 기념식 이후에는 진영전통시장 앞에서 처음으로 진영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사도 이어졌다. 김정태 지사에 이어 손자인 김광호 회장이 100년 만에 같은 자리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김 회장은 "과거 진영은 가족들에게 아픔과 슬픔을 남긴 고통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늦게나마 조부님의 애국정신을 기리며 함께 만세를 외칠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잊혀진 역사 재발굴·재조명'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은 '산 자의 의무'다. 목숨을 바쳐 치열하게 나라를 지킨 선조들을 함께 기억하고 기리는 행동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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