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걸어가는 것은

차용국
 

구름은
강 건너 산 능선을
사뿐사뿐 오르는데
나는
하얀 망초꽃 사잇길을
하염없이 걸어간다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는
삶의 어느 언저리에서
잠깐 스쳐 간 그대를 불러내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아련히 멀어지는 그대는
희미한 뒷모습뿐인데

안개 자욱한 터널을 지나
마주 선 길은
또 다른 세상
비가 내리고
새로운 열차가
비를 제치며 바람처럼 달려간다

지나온 터널로 돌아가
다시 걸어올 수 없기에
그 시절 그대와 걷던 그 길을 서성이고만 있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어
애절하게 쌓여만 가는
그리움, 그것이 추억이다

추억은 그리움이 만들어낸
기억의 추상화다
빗속을 걸어가는 것은 추억으로 가는 거다
삶의 기억 저편에서
새록새록 피어나는 추억을
불러내고 찾아가는 거다


추억은 그리운 기억의 추상화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삶의 열차는 안개 자욱한 터널을 지나 새로운 세상으로 거침없이 달려만 가는데, 삶의 추억은 돌아가 다시 걸어올 수 없어 애잔한 그리움으로 남는 것은 아닐른지
추억은 그리움이 만들어낸 기억의 추상화다. 추상은 한두 가지 강한 특성으로 옹축된 빛나는 기억이다.
빗속을 걸어가는 것은 삶의 기억 저편 남아 있는 추억을 불러내고 찾아가는 여정인 듯싶다.

 

▲ 차용국 시인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사회학 석사)
 ·현 공무원 재직
 ·저서: 시집 '삶의 빛을 찾아'
 ·수상: 강원경제신문 누리달공모전 대상, 도전한국인상 문화예술지도자
         대상, 문학신문 신춘문예문학상 금상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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