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9일, 모든 이들의 관심은 그의 죽음 자체만큼이나 그 원인에 쏠려 있었다. 이후 여러가지 추측성 가설들이 난무하기도 했지만 북한 당국의 발표와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망원인은 '급성심근경색'이다. 이는 김일성 주석의 사망 원인과 같다. 과체중과 당뇨, 고혈압, 신장이상 등 '걸어다니는 종합병동'으로 불렸으며, 심장질환의 가족력을 앓아 왔던 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8월엔 뇌 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회복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 급성심근경색 앞에선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돌연사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일단 발병하면 분초에 생사가 판가름나고 발병 환자의 10%가 사망(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이르는 급성심근경색. 김 위원장의 죽음으로 최근 관심이 새삼 커지고 있는 심근경색에 대해 알아보자.


■ 심장 혈관을 막는 피떡
의료계가 제시한 김 위원장의 사망원인 분석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가 가진 발병의 내부적 조건이었다. 심장질환 가족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혈압과 당뇨를 앓았고 육식을 즐기는 식습관, 스트레스, 흡연·음주 등 급성심근경색 발병의 최악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과 더불어 올들어 가장 추웠던 사망 당일의 날씨 또한 한 원인으로 작용해 갑자기 피떡(혈전)이 혈관을 막아 급성심근경색과 심장쇼크로 연결돼 사망했다는 진단이다.
 

▲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한 혈관(왼쪽)과 치료 후.

이처럼 심근경색은 심장에 연결된 혈관이 갑자기 막혀 혈액 공급이 중단되고, 이로 인해 심장 근육이 손상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생기는 질병이다. 대표적 원인은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흡연, 비만 등인데 이러한 질환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이 잘 생기게 한다. 또 이렇게 생긴 혈전이 혈관의 70% 이상을 막아 심장 근육 일부가 파괴되는 것이 심근경색이다.
 
e-좋은중앙병원 심혈관센터 박정필 센터장은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겨울철은 혈관수축에 따른 혈압상승으로 심장과 혈관 내벽에 부담을 줘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진다"며 "외출할 땐 찬 공기에 노출되는 부위를 최대한 줄이고 적당한 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방한복과 보온장비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간이 생사 좌우
여러가지 요인으로 생긴 피떡이 심장 혈관을 막아 심근에 혈액이 통하지 못하면 심장을 뛰게 하는 자극 전달체계가 무너져 심부전이나 치명적인 악성 부정맥이 오게 돼 급성심근경색을 일으킨다.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은 대부분 5분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가슴통증을 느끼는데 압박감,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특징이다. 때로는 이런 통증이 목쪽, 어깨쪽, 팔쪽으로 퍼져 나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심근경색이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면 3시간 내에 혈전용해제(피떡을 녹이는 약) 투여와 스텐트(막힌 혈관을 넓히는 철망)를 삽입해 혈관을 확장시키는 응급조치를 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시간이다. 발병 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하기까지의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만큼 심근세포에 손상이 커진다. 따라서 적어도 1시간 30분 내에 병원에 도착해서 혈류 공급을 재개시켜주는 것이 기본이다. 즉 치료의 첫 번째 원칙은 빠른 치료이다.
 
김해중앙병원 심장내과 임수진 과장은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70~80%는 발병 이전에 한 번쯤은 가슴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를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치다가 10~20%가량이 돌연사 할 수 있다"며 "심한 가슴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식은 땀이 나면 서둘러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 심근경색 예방법
심근경색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이다. 최근 들어 강추위가 맹위를 떨침에 따라 신체활동이 크게 위축되기 쉬운데 걷기나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몸 전체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활기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추위에 약한 노인들은 가능한 한 기온이 높은 낮시간대를 이용해 운동하는 것이 좋다.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모임 때문에 술자리가 잦은 요즘도 급성심근경색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과도한 음주나 흡연을 삼가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불규칙한 혈압 변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관상동맥에 경련이 발생하는 변이형 협심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흡연 또한 동맥 경화반(플라크)의 파열을 유도해 급성심근경색을 일으키기 때문에 반드시 끊어야 할 위험요소이다.
 
식생활 습관은 저지방 식이요법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위험인자가 발견되면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Tip >> 심근경색 예방법
○ 담배는 반드시 끊어라                     ○ 음주 줄이고 꾸준히 운동하라
○ 육류성 지방 섭취 줄여라                 ○ 채소·과일을 많이 먹어라
○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어라          ○ 체중 줄이고 콜레스테롤 낮춰라
○ 스트레스 줄이고 즐겁게 생활


도움말= e-좋은중앙병원 심혈관센터 박정필 센터장·
김해중앙병원 심장내과 임수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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