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CF에서 100살을 맞는 할머니의 생신 날 손자가 전화로 할머니에게 "할머니 100살까지 사세요"라고 이야기해서 할머니를 포함한 주변의 분위기가 썰렁해진 장면이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영원히 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또한 장수하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요즘 들어 장수의 개념은 단지 햇수로 오래 산다는 개념보다는 얼마나 건강한 삶을 누리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빅토리아 선언에는 '건강을 위한 4대 기반'이 적혀 있다. 합리적인 식사와 적절한 운동, 금연과 절주, 심리적 안정을 말한다. 이 4대 기반은 심신의 건강을 크게 개선시켜 주고 생활의 질을 높여준다. 합리적인 식사에서 핵심은 '합리적'에 있고 적절한 운동에서 핵심은 '적절한 양'에 있다. 식사와 운동은 건강을 위한 필수요소로서, 없으면 안 되지만 지나쳐도 안 되는 양날의 칼이다. 심리적 안정에서 핵심은 '안정'에 있다. 여기서의 안정은 감정적인 안정이 아닌 이성적이고 지속적인 안정을 말한다.
 
지면상 여기서는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서 간을 보호하는 음주법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째, 간에 안전한 하루 알코올 섭취량은 얼마인가? 의학계의 여러 조사에서 만성간질환(B형간염, C형간염, 간경변증 등)이 없는 사람에게 하루에 알코올 80g 정도까지는 간에 무방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80g의 알코올은 맥주인 경우 2ℓ정도, 소주 1병, 청주는 0.5ℓ, 위스키는 200㎖ 정도에 해당한다. 사람의 간은 건강인의 경우 1시간에 평균 8g의 알코올을 분해하여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80g 정도면 간이 알코올을 처리하는 데 10시간 정도 필요하므로 술을 마신 후 8시간 취침을 하게 되면 잠자는 동안 마신 술의 대부분이 분해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술자리를 가급적 일찍 마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간을 보호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매일 음주하는 것보다 1주일에 2~3일정도 금주하는 날을 두는 것이 좋다. 간은 강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는 장기이므로 며칠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술에 의해 손상된 간세포가 그 사이에 복구될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안주를 곁들여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강한 알코올이 위벽을 상하게 하여 위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안주가 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의 폐해가 얼마나 많은지 필자는 종종 외래에서 보호자분들로부터 "환자에게 술 먹으면 죽는다고 꼭 이야기해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지나친 음주는 급성심근경색과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중독증상과 인격의 변형을 부르며 윤리적으로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여 개인과 가정과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온다.
 
이를 간파한 세계보건기구는 알코올에 대한 구호를 과거의 '소량의 음주는 건강에 유익하다'에서 '술은 적게 마실수록 좋다'로 바꾸었다. 소량의 음주가 주는 유익이 자칫하면 술이 가진 거대한 폐단을 가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2012년 한해는 부디 필자에게 '술 먹으면 죽는다고 이야기 해주이소'라고 이야기해 달라는 보호자분들이 줄어들고 100살까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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