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예술 문화사 담은 기록


수(數) 이론을 만물의 근원이자 철학의 핵심요소로 삼았던 피타고라스학파. 이들은 수의 조화가 다양한 우주 만물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법칙이 된다는 신념을 종교화한 학파이다.

플라톤은 아카데미 입구에 이런 구절을 적어놓았다고 전해진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을 들어올 수 없다."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도 플라톤의 사상을 잘 보여준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나란히 선 플라톤은 오른손 검지를 들어 하늘을 가리킨다. 그의 왼팔에는 '티마이오스(Timaios)'가 들려있다.

'수학과 예술'은 이러한 수학과 과학, 예술의 문화사를 담은 방대하고 경이로운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그 범위는 그리스와 이슬람, 아시아 수학을 비롯해 고대부터 계몽주의 시대, 두 차례의 세계대전, 현재에 이른다.

이 책은 '수학과 예술'이라는 프레임으로 중국의 수학책 '구고 정리',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에 쓰인 기하학, 사실화의 원근법, 건축의 황금분할, 현대 컴퓨터 등 인류의 문화사를 종횡으로 훑는다. 500여 점의 예술 작품을 통해 예술가들이 어떻게 중요한 수학적 개념들을 표현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또 900명에 가까운 수학자,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가 등장해 수학과 예술이라는 두 분야를 연결하는 복잡한 지적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는 이런 두 분야의 관계를 "예술가와 철학자에게 수학은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뮤즈였다"고 요약한다.  

부산일보=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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