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책(Book)
세상을 바꾼 발명품, 그 200년 여정
  • 수정 2019.06.05 10:05
  • 게재 2019.06.05 09:59
  • 호수 425
  • 6면
  •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hyun@busan.com)


19세기 초 발명부터 고속열차까지
철도 기원과 발전·쇠퇴·부활 총망라
조용한 어촌 '칸'도 세계적 휴양지로



최근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실현이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의 연결 논의가 진행되면서, 꿈의 '유라시아 횡단' 여행과 물류 혁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철도는 19세기 초부터 말에 이르는 한 세기 동안 근본적인 사회 변혁을 촉진해 인류의 생활양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삶의 터전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철도가 놓인 뒤에는 단 며칠 만에 대륙을 횡단하게 됐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철도는 산업의 양상도 바꿔놓았다. 철도가 발달한 덕분에 농업경제에서 벗어나 대규모 제조업과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전 세계에 걸쳐 거의 모든 사람의 삶이 크게 변화했다.

장거리 휴가를 즐기는 것부터 도시 근교 지역의 팽창, 그리고 신선한 우유와 우편 주문에 이르는 온갖 것들이 철도가 등장하면서 가능해졌다. 철도의 탄생은 근대의 여명을 알리는 시대의 풍경을 표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간 '철도의 세계사'는 철도의 기원에서부터 현대까지의 발전상을 망라한 전 세계 철도 역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주요 철도가 언제 어떻게 놓이고,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철도가 만든 세상의 변화는 어떤 것들인지 흥미롭고 다채로운 내용이 펼쳐진다.

이 책은 여러 철도의 기원과 유럽 주요 철도망의 발달, 영국의 철도 기술이 여러 나라에 끼친 영향, 인도·중국·아프리카에 부설된 대규모 철도망, 러시아와 미국 등에 놓인 장대한 횡단철도, 철도가 전쟁에 미친 영향 등 철도가 바꾼 획기적인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준다.

세계 구석구석 놓였던 철도가 자동차와 비행기에 밀려 한때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고속열차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과정도 상세하게 그려진다.

말하자면, 이 책은 철도 부설의 역사이자 철도가 인류 문명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는 사회사이며, 더욱 빨라지고 편리해지고 안전해진 철도 기술의 역사이다.

철도가 전 세계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이 발명품이 융통성을 폭넓게 발휘했기 때문이다. 철도는 애초부터 다양한 목적으로 건설됐다. 석탄이나 광석을 항구로 나르는 광산 노선, 승객 수송을 위한 교외노선, 수도와 항구를 잇는 노선 등이다.

그 이후로 식민지 개척이나 원주민 정복을 위한 병력과 물자 수송, 영토 확장과 국가 통합을 목적으로 한 철도 부설이 이뤄지기도 했다. 철도 사업가들의 투기도 철도 발전을 진작시켰다.

또한 철도 건설은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수요를 창출했고, 이는 많은 전문직이 생겨나는 계기가 됐다. 경제사학자인 테리 거비쉬가 말한 것처럼 "일이 전문화되어 직업적인 전문성이 성장하는 데 (철도)산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학 기술, 법률, 회계, 측량 등 모두 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철도의 효과는 국제적이었고, 국경을 넘는 무역이 활발해졌다. 영국 북동부 해안 지역 석탄은 발트해 국가로 수출되고, 발트해 국가는 철도 침목으로 쓰기에 좋은 소나무를 되돌려 보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만 머물던 사람들이 철도를 따라 큰 도시로 가고, 국경을 넘어 여행하게 되면서 철도는 19세기 관광산업이 대규모로 발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30년대 영국인 여행자 몇 명이 '발견'하기 전까지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 코트다쥐르 지역의 칸은 조용한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1863년 첫 열차가 들어오면서 인기 있는 휴양지가 됐다. 니스 등 코트다쥐르 지역의 다른 도시까지 철도 노선을 따라 곳곳에 호텔이 들어섰고, 영국 상류층이 여름과 겨울에 몰려들었다. 모나코 공국의 도박사 천국 몬테카를로 역시 철도에 힘입어 부유한 도시로 성장했다.

철도를 따라 식품을 더 빠르게 운송하면서 심각한 기근이 줄었으며, 멀리 떨어진 직장으로 통근하게 되면서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상인과 기업들은 운송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해 재고를 줄일 수 있었고, 이렇게 생긴 자금을 투자에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발생했다. 전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된 시장 규모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질이 낮은 작물을 생산하는 곳에서는 경쟁력을 잃게 됐다. 실제로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철도로 실어 나른 곡물이 넘쳐나는 바람에 유럽 전체에 심각한 농업 침체를 불러오기도 했다. 또 철도는 마차보다 병력과 무기를 훨씬 효율적으로 운송함으로써 전쟁의 규모가 전례 없이 커졌다.

이 책은 철도가 불러온 혁명과 같은 사회 변화를 다루면서 그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도 함께 살핀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SBS 집사부일체 ‘울’도 ‘담’도 없는 사부 장윤정의 빨간지붕 집 공개. 김치냉장고 속에는?SBS 집사부일체 ‘울’도 ‘담’도 없는 사부 장윤정의 빨간지붕 집 공개. 김치냉장고 속에는?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비밀글로 설정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