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병원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병원 내 간호사 간의 가혹행위인 이른바 '태움'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됐으나 이런 관행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국내 종합병원 11곳을 대상으로 한 수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근로감독은 노동부가 작년 4∼10월 근로 조건 자율 개선사업을 한 종합병원 50곳 가운데 권고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병원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지난 2월 18일∼이달 14일 진행됐다.

노동부는 "그동안 병원업계의 '태움' 관행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왔는데 이번 근로감독 과정에서도 일부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 병원에서는 수습 간호사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꼬집히고 등을 맞은 사례가 확인됐다. 입사 직후 일을 능숙하게 못 한 간호사가 업무를 가르쳐주는 선배로부터 계속 폭언을 당한 사례도 있었고 간호사가 환자들이 있는 장소에서 선배로부터 인격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사례도 있었다.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다음 달 16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법은 사업장이 취업규칙 정비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자율적으로 예방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괴롭힘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이번 근로감독에서 적발된 종합병원의 노동관계법 위반은 모두 37건에 달했다. 특히 간호사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임금 체불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은 감독 대상 11개 모든 병원에서 적발돼 이른바 '공짜 노동'이 병원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한 병원은 3교대 근무 간호사가 환자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기 출근과 종업 시간 이후 노동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병원은 직원 263명에 대해 1억9000여만 원의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간호사는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게 다반사인데도 대부분의 병원이 출퇴근 시간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병원 전산시스템에 대한 디지털 분석 등을 통해 연장근로 증거를 확보했다.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비슷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에게는 주지 않아 비정규직 차별 금지를 위반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한 병원은 정규직 약사에게 지급하는 조정 수당을 비정규직 약사에게는 주지 않았다.

비정규직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주거나 서면 근로계약도 제대로 체결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한 병원은 비정규직에 대한 최저임금 위반으로 6600여만 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근로감독 대상 병원의 체불 임금은 연장·야간·휴일수당 60억 1700만 원, 퇴직금 9300만 원, 최저임금 6600만 원,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4100만 원, 비정규직 차별 7400만 원 등 모두 62억 9100만 원에 달했다.

노동부는 "앞으로도 병원업계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근로감독을 해 의료 현장에서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디지털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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