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40년간의 공직생활을 퇴직 후 사진 촬영을 핑계로 해외여행을 자주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중의 하나가 화장실 문제이다. 선진국이라는 유럽에서도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동전과 휴지를 본인이 준비해야 하는 유료 화장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느 곳에 가드라도 휴지가 준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사람을 위해 비누도 준비되어 있고 항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있다. 그러나 86아시안게임의 서울 개최가 결정되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는 열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수준이 됐다.

2002년 월드컵 한국과 미국과의 경기 거리응원에서 비가 내리자 모두가 우산을 펼쳐 들었고, 시야가 가린 응원객 중 한 사람이 "우산을 치워야 모두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응원객이 우산을 걷고 비를 맞으며 함께 경기를 관람했었다. 실제로 이 경기를 필자는 대구에서 직접 관람했다. 비가 뿌리는 가운데 경기장과는 아주 먼 거리에 위치한 학교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라는 주최 측의 안내에 관중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줄을 서서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또 경기에서는 전반전에 페널티킥을 실축을 하고 오히려 한 골을 먼저 실점을 한 상황에서도, 쉬는 시간에 전광판에 "지금은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라는 문구가 안내되자 모두가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를 했고, 경기가 1:1로 끝난 후에도 모두가 주변의 쓰레기를 수거해 따로 청소를 할 필요 없다시피 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번 하고자 마음먹으면 세계의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믿지 못할 정도로 잘 변하는 나라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사는 게 정말 힘들어서 지옥이나 다름없다'는 자조적 의미인 '헬조선'이라며 자조하고 있다. '헬조선'이란 Hell(지옥)과 조선(朝鮮)의 합성어로 지옥과 같은 한국이라는 뜻을 담은 신조어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지리도 가난하던 60년대를 떨쳐내고 선진국의 문턱을 넘보다가 동남아시아를 휩쓴 IMF라는 철퇴를 맞아 나라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을 때, 국민 모두가 금 모으기를 비롯한 정성으로 똘똘 뭉쳐 가장 단기간에 IMF를 극복한 나라이다.

또 한국거주 35차 영국인 특파원 '마이클 브린'이 본 '한국이란 나라'에는 IQ 평균이 105를 넘는 유일한 나라, 노동시간 세계2위에 노는 시간 3위인 잠 없는 나라, 문맹율 1%인 유일한 나라, 노약자 보호석인 있는 나라, 세계 경제 2위인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 지하철 평가 세계 1위로 청결하고 편리함이 최고인 나라, 미국 여자프로골프 상위 100명에 30명이 포진한 나라, 가장 빠른 초고속 통신망을 운용하는 나라,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가진 나라, 세계 각국의 우등생 자리를 휩쓰는 나라 등 우리나라의 독특하면서도 우수한 점을 열거하며 한국을 무서우면서도 대단한 나라라고 표현하였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하여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이런 말은 사라지고, 이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버스나 기차, 비행기의 도착과 출발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나라이다. 나라가 발전하면서 대중의 인식도 바뀐 것이다.

1960년대 초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가난한 원조 받는 나라에서 세계 경제 10위권의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유일한 나라인 우리는 아직도 한밤중에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치안이 안정적인 나라이며, 핸드폰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사라지지 않고, 길거리 흩날린 현금을 모아 주인에게 돌려주는 멋진 나라이며, 식당에서는 추가 반찬을 무한 제공하고, 물 값은 무료인 살맛나는 나라이다. 이런 일들은 다른 나라에서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는 공중도덕을 논하기조차 부끄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민족은 유태인을 게으름뱅이로 보이게 하는 민족이다. 젊은이들이 자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 스스로 일어나 뛰어야 할 때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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