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갑순 수필가

우리 모두는 시간 여행자들이다. 가끔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아 길을 떠난다. 여행지의 낯선 풍경에 허기진 삶을 충전하고 새로운 도전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해지려는 인간의 욕망과는 달리 행복과 고통은 늘 함께 따라 다닌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모처럼 여행의 낭만과 삶의 여유를 만끽하려던 여행자들이 한순간에 거대 유람선의 횡포에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행여나 구조소식이 올까 가슴을 졸였지만 알프스의 차가운 물은 행복을 꿈꾸며 떠난 여행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사람들은 미쳐 타인 슬픔과 기쁨을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며칠 전 내가 아는 이웃은 꽤나 행복해 보이는 분인데 '나는 누구이며, 왜 사는지'에 대한 물음을 안고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향해 떠났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의학의 발달로 백세시대를 산다고 하지만 과연 이 진한한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지. 물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하늘의 별을 보지 못하고, 꽃과 나무, 바람의 향기를 음미하지 못한 체 내 이웃의 아픔을 방관하고 있지나 않은지.

철학자 밀은 인간의 행복을 타인의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에 기준을 두고 말했다.

이에 밀은 '나' 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포함해서 인류 전체의 고통을 없애며 쾌락을 증진하는 의미의 행복을 이야기 했다. 정신적인 쾌락과 멋, 당장은 유용하지도 않고 때때로 희생까지 동반해서라도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가치개념이다. 이러한 공공선의 실천을 위한 만족한 사색의 힘은 자연, 예술작품, 시적인 상상력, 역사적인 사건, 인류가 걸어온 길,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전망 등에 대한 지적인 관심을 충분한 관심이라고 했다. 인간이 겪는 고통은 다양하지만 상당수는 인간의 노력과 관심으로 극복할 수 있다. 지적이고 관대한 사람은 고통을 극복하려는 싸움 자체에서 고귀한 기쁨을 이끌어내어 삶의 동력으로 사용한다. 영웅이나 순교자들은 이런 삶을 자기 의지로 선택하기도 한다. 인생의 사사로운 기쁨을 스스로 포기하고 세상이 누리는 행복의 양을 늘리는데 기여한 사람에게만 찾을 수 있는 최고의 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고 주장한다. 쾌락의 질적 차이를 구분하는 방법은 양에 상관없이 적은 숫자라도 이것이 행복하다고 선택한다면 이 방법을 택한다. 쾌락은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의 존엄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 개개인 모두  높은 도덕적인 존재로 행복과 만족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겪는 상처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러나 그 고통도 서로의 노력과 배려로 위로받을 수 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로를 다독이고 타인의 행복을 위해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철학이 필요한 시기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서서 사물을 바라본다면 이 깊은 상처도 아물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여행의 꿈을 실현하지도 못한 채 차가운 물속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내 이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세체니 다리 난간에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꽃을 던지며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는 추모객들의 행렬에 가슴이 짠하다. 부디 이런 불행은 다시없기를.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