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워엘리트 구조·실체 파헤쳐
이라크 전쟁·CIA 주도 쿠데타 등
세계 뒤흔든 美 권력 작동방식 다뤄



미국과 한국의 파워엘리트 구조와 지식패권의 실체를 파헤친 '지식패권' 1·2권이 출간됐다. '지식패권'이란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집단이 통제하는 전방위적 헤게모니를 말한다.

이 책은 패권 질서의 뿌리와 성장 과정을 밝혀 국제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미국과 한국 파워엘리트의 형성 과정을 파헤쳐 양국 권력의 작동 방식을 읽어낸다. 이로써 강대국의 횡포를 통쾌하게 밝혀내고, 국제 정치경제의 질서를 명쾌하게 진단해낸다.

저자는 책 프롤로그에서 한국은 생존이 걸린 남북문제조차 미국의 '허락'을 구하고, 지상 최대의 군수 무기 전시 쇼라는 한·미 군사훈련을 연례행사로 치르면서 전쟁 위협이 높아지면 미국의 군수산업은 특수를 누린다고 지적한다.

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알짜배기 기업은 헐값으로 팔려나가고, 일국의 장관이 일개 신용평가 회사의 훈수를 듣고, 국내 지식인은 상상도 못 할 특강료를 주면서 미국 출신 전문가를 모시는데, 이는 분명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라고 물어야 할 상황인데 모두 침묵한다고도 비판한다.

이 같은 한국사회의 모순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약소국은 왜 눈물을 흘리면서도 복종을 택했는지,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우는 국제사회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소수의 특정 집단은 어떻게 권력의 노른자위를 독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지식패권'의 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은 또 그러한 지식패권의 출발을 극소수의 엘리트집단에 의해 통제를 받아온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찾는다. 전방위에 걸쳐 관철되는 패권질서 속에서 한국은 앞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전략을 모색할 것인가?

이 책은 그 해답을 한국이라는 국가공동체가 국제질서 속에서 어떤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찾아 들어간다. 경제, 안보, 정보 등 다양한 지점의 모순을 종합적으로 해명하고, 특히 이 질서의 특징은 무엇이며, 한국과 같은 성공적인 국가가 왜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다.

책 1권의 1부는 한국이 맞닥뜨린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지적 대기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힌다. 가령, IMF 모범생이었던 한국 경제는 지금도 왜 양극화의 고통과 생산성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일까? 책은 말레이시아는 전혀 다른 처방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낳았으며, 미국도 2008년 자국의 금융위기 때 한국식 처방은 내리지 않았다고 밝힌다. 문제는 우리가 정보 주권을 장악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2부는 미국이 게임의 설계자로서 어떻게 지식패권을 휘둘러 주변국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할 수밖에 없는 안보·금융·담론 질서를 형성해 왔는지에 대해 그 보이지 않는 제국의 파워를 설명한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의 개혁은 왜 미국에 의해 좌절됐는지, IMF 등 국제기구가 어떤 게임의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3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패권질서의 중심축으로서 미국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정치적으로 군사적 리더십이 강조되는 이유와 군산복합체와 파워엘리트의 형성 과정을 통해 안보, 정치, 경제, 담론, 언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본다.

책 2권에 실린 4부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식패권이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타인이 무엇을 하게 하거나 못 하게 하는 일차원적 권력,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이차원적 권력, 남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삼차원적 권력의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이라크전쟁, CIA가 주도한 쿠데타, 포드재단의 아시아 지원, UN과 IMF 등에 작용하는 미국의 인사권, 그리고 '시카고 보이즈' 같은 미국의 '지식 아바타' 등을 다룬다.

5부에서는 국내 엘리트들이 어떻게 미국의 양육을 받게 되었는지를 정치권, 학계, 종교계로 나눠 설명한다. 국내 관료들 중에는 버클리대학교와 위스콘신대학교 출신이 특히 많은데, 이는 미국이 한국의 엘리트 공무원을 특별히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대정책을 폈던 것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마지막 6부에서는 덩샤오핑. 자와할랄 네루, 우고 차베스 등 대안질서를 모색한 정치 지도자들과 국내에서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경제학자들을 소개한다. 또 디지털혁명의 잠재력이 탈지식패권을 가능케 할 것인지에 대해서 성찰하는 한편,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제질서의 청사진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모색한다.  김해뉴스

부산일보=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