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영어 등 능통한 최연소 외교관
항일운동하다 러 장교로 1차대전 참전
日 기밀문서 통해 '의문의 실종' 추적



그동안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헤이그 특사' 이위종 열사의 불꽃같은 삶을 재조명하고, 그의 삶과 사상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 나왔다. 독립을 향한 열망과 생사의 기로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신념 하나로 평생을 헌신한 독립운동가 이위종의 인생 대서사가 펼쳐진다.

<시배리아의 별, 이위종>은 최연소 외교관으로 활약한 헤이그 특사 활동부터 시베리아 독립군이 되어 벌인 항일투쟁, 의문의 실종과 죽음까지, 엄혹한 시대의 한가운데를 살아간 이위종의 고뇌와 결단, 치열했던 순간들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이위종은 헤이그 특사로서의 공훈을 인정받아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받았다. 그러나 그의 기록은 헤이그의 신문기사와 연설문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저자는 국내는 물론 러시아, 일본 등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각종 문헌을 참고하고, 모스크바에 생존해 있는 이위종의 후손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특히 그의 외증손녀로서 모스크바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를 지낸 율리아 피스쿨로바 박사가 직접 작성한 서문을 실었다. 또한 책 말미에 이위종의 헤이그 연설 '한국의 호소' 영어 전문을 수록해 그의 사상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위종의 실종 원인과 불분명한 죽음을 치밀한 문헌 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추적했다.

이위종은 대한제국 외교관 이범진의 아들로서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외국어 실력과 프랑스·러시아 공사관에서 근무했던 외교경험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임에도 이상설, 이준과 함께 헤이그 특사로 발탁됐다.

그는 헤이그에서 프랑스어로 된 성명서를 각국 대표들에게 돌려 일본의 침략 행위를 규탄했으며, 해외 유수 언론들과의 인터뷰와 '한국의 호소' 연설을 통해 을사조약의 불법성과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했다. 헤이그 특사 이후 일본에 의해 종신형을 받은 이위종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시베리아에서 항일운동을 계속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연해주 한인공동체 지도자 최재형, 간도 관리사 이범윤 등과 함께 의병단체를 조직해 국내 진공작전을 기획하는 등 연해주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세계 정세에 밝았던 그는 조국의 독립에 강대국 러시아의 힘이 필요하다고 보고 블라디미르 사관학교에 입학해 러시아 장교로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나, 나중에는 볼셰비키 혁명군에 가담한다. 러시아 여인과 결혼해 귀족 지위까지 받았던 이위종이 붉은 군대를 선택한 것은, 사회주의 혁명의 모토인 식민지 해방과 반(反)제국주의 이념이 조국 독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혁명군 장교로서 시베리아에 진주한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그 공로로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승전을 거듭하며 '시베리아의 별'이라고 불렸던 이위종은 어디서, 왜, 어떻게 실종됐는가? 저자는 일본 외무성의 기밀문서와 전문(電文)을 기반으로 이위종의 행방불명과 의문스러운 죽음에 일본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혁명군사위원회가 이위종을 중심으로 대규모 고려인 군대를 조직하려고 하자, 첩보를 입수한 일본이 이위종 납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위종이 독립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마지막 모습을 장엄하게 그려낸다.
김해뉴스
부산일보=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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