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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지급이 상식이 되길 희망한다시론
  • 수정 2019.08.07 09:29
  • 게재 2019.08.07 09:27
  • 호수 433
  • 11면
  • 신순재 김해성폭력상담소장(report@gimhaenews.co.kr)
▲ 신순재 김해성폭력상담소장

'깔창 생리대' 기억하는가? 지난 2016년,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청소년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사용했던 사연이 알려졌다. '깔창 생리대'로 기억되는 청소년들의 생리대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매달 생리대 사용문제로 힘들어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마땅히 보호되어야 함에 뜻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 후 생리관련 이슈가 끊임없이 뉴스와 신문을 장식하고 공론화되어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2017년 청소년복지지원법 제3장 청소년의 건강보장 제5조 건강한 성장지원 제3항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여성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하여 여성청소년에게 보건위생에 필수적인 물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을 개정, 신설이 되면서 비로소 국민건강의 문제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무상지급 정책이 나오고, 지원을 위한 법을 개정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분주하게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선별적 지원 제도는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게 위축 등의 낙인과 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강남구청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초·중·고 34개교에 생리대 보급기를 설치했고, 여주시는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위생용품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진주시도 내년부터 공공시설 4∼5곳에 생리대무상지급기를 시범적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생리대 지급이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생리대는 개인이 선택하는 사치품이 아니라 위생 필수품이다.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것은 이들의 학습권·건강권·기본권과 연결된 보편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로 보아야 마땅하다. 일부 저소득층 청소년을 돕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리대는 화장실 휴지 같은 필수품입니다." 율리사 페레라스 코프랜드 뉴욕 퀸스 시의회 의원은 뉴욕 관내 모든 공립학교와 교도소, 노숙자 쉼터에 무료 생리대와 탐폰을 제공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생리를 '불결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보는 문화를 바꾸고 여성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리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생리를 다른 말로 표현하다가 '생리'라고 부르게 되기까지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숨겨야 하는 비밀도 아니고, 선택이 가능한 것도 아닌데 여전히 드러내놓아서는 안 되는 문제였다. 생리대는 숨겨 다니고, 비밀스럽게 전달해야 했던 행동에서부터 생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등 생리를 터부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해 왔다. 심지어 생리대 광고에는 '파란색 피'여야만 했고, 생리하는 날은 '그날' 또는 '마법'으로 생리를 생리라고 부를 수 없었던 문제 등 생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도 시급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앞 다투어 내놓으면서 생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온 것도 사실이다. 모성만 강조되고, 여성성은 무시되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생리는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며, 임신의 기초가 되는 여성의 생리는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건강권과 보편적 복지확대를 위해서 생리대에 대한 안전성 또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지점이다.

생리는 삶의 한 부분으로 불평등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생리하는 이들의 건강권과 학습권 및 경제권, 노동권을 위해 안전한 생리대와 생리용품은 무상지원이 되어야 한다. 이는 선별적 복지 대상이 아닌 보편적 복지대상이자 인간의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동·청소년이나 저소득층을 넘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나 공중화장실 등에 비치되어 있는 휴지처럼 언제라도 비치되어 있는 생리대의 보편지급이 상식이 되길 희망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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